딸아이 초등학교 첫 담임선생님이 바로 정혜경선생님이시다. 이 분이 경력 5년차 처녀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듣고 조금 걱정했더랬다. 그러나 아이들을 정말 이뻐하고 대쪽같고 공평하고 하루 종일 칭찬해도 모자를 정도이다. 또 마음씨가 넓고 생각이 깊어 마로가 초반에 학교 생활에 적응 못 해 선생님과 두 차례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눈물바람이 된 나를 침착하게 위로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집이 워낙 멀어 올해 집 근처 학교로 전근을 가셨는데, 봄방학 종업식 날 아이들은 멀뚱거리는데 선생님은 한참 우셨다는 얘기를 듣고  송구하였다. 게다가 촌지는커녕 초콜릿 하나도 안 받는 분인지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과연 이 분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3월 초 전근가신 학교로 떡을 2말 보냈더랬다. 일종의 책걸이 행사 대신이었고, 동료 선생님들이랑 반 아이들이랑 나눠 먹을 수 있는 선물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선생님이 사양할까봐 차마 떡을 보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배달간 떡집 주인이 얘기를 했나보다. 선생님이 바로 전화를 하셔서는 기분좋은 답례인사를 주셔서 기뻤더랬다.

그로부터 며칠 후 선생님 이름으로 조그만 소포가 왔다. 나와 마로에게 보내는 카드와 선물이 이것저것 살뜰하게 들어 있었는데, 내게 보낸 립글로스는 꽤나 비싼 제품 같다. 이렇게 되면 스승의 날을 빙자해 다시 선물을 보내야 할 거 같아 현재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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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4-1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받는 사람은 그 만한 행동을 보여주시기 때문일 겁니다.
이땅의 스승들이 다 그분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늘바람 2009-04-17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분이네요.
마로는 첫선생님을 좋은 분 만났으니 좋겠어요
좋은 선생님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아요
저역시도 기억에 남는 분이 딱 한분 뿐인걸 보면요.
인생에 있어 좋은 스승처럼 아이에게 좋은 거름은 없을 거예요.
멋진 분입니다.
초콜릿까지 안받으실 정도니 대단하시네요

조선인 2009-04-1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얼마 전 전교조 선생님들이 시험 거부 하셨을 때 이 분도 했을까봐 조마조마했어요. 만약 이 분이 짤리면 너무 아쉽잖아요. ㅠ.ㅠ
하늘바람님,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렛을 죄다 돌려보내셨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반듯하신 분이에요.

프레이야 2009-04-1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랑 이름이 같은 것만으로도 뿌듯~~ 이 무슨 ㅎㅎ

행복희망꿈 2009-04-17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마로가 올해 2학년이군요. ^^ 전 1학년인줄 알았네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떡을 행복하게 받으셨던것 같군요.
보내주신 선물이 선물을 받지않으셨던 선생님의 모습을 대신하는듯 하네요.
늘 이렇게 멋진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운건 엄마로써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
올해 초등1학년이된 작은아이 선생님도 마로의 선생님 못지 않으셔서 지금껏 화분 하나라도 선물을 받으시면 그대로 돌려보냈다고 하시더군요.
학부모와의 만남의날에도 선물은 절대 보내지 마시라고 신신당부 하시더라구요.
그런 선생님께 아이가 꼭~드리고 싶어하는 비누선물 드리려고 진땀을 뺏답니다.^^
아이들을 차별없이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의 진심어린 마음이겠지요.
이렇게 멋진 선생님들이 많아지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실 2009-04-1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가신 선생님께 떡 2말 해 보내신 님이나, 그런 고마운 마음에 다시 선물한 선생님이나...두 분 모두 아름다우십니다.

조선인 2009-04-2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이름에도 그 사람이 깃든다잖아요? *^^*
행복희망꿈님, 사실 님의 비누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예산이 모자라서. ㅠ.ㅠ
세실님, 무지개떡이랑 꿀떡이랑 절편을 섞었는데, 맛있었겠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