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이 많아 야근이 잦다.
아들래미는 연장탁아를 하면 되지만,
6시면 학원 순례 끝나고 집 지키는 딸래미 저녁이 큰 문제다.
이웃집 신세 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거푸 부탁드리기도 염치 없다.
결국 궁리끝에 회사 앞 단골 중국집에 부탁해
야근하는 날이면 전화로 외상배달을 집으로 보내고,
퇴근할 때나 다음날 점심 때 돈을 주곤 했다.
그나마 집과 회사가 코앞에 붙어 있어 가능한 편법.
그런데 며칠전 점심시간에 돈 주러 가니
배달하는 분이 날 붙잡고 딸래미 칭찬을 한다.
애가 아주 여우에요.
음식 배달하러 가면 현관문구멍으로 꼭 확인하고 문 열어주고,
그릇 찾으러 가면 "집에 어른 없어요" 이러면서 문을 절대 안 열어줘요.
딸아이를 야무지게 잘 키우셨어요.
그 칭찬에 무척 뿌듯해 꼭 한 번 자랑하리라 생각했는데,
어째 쓰다 보니 씁쓸해진다.
애 저녁도 못 챙겨주고 맨날 중국집 배달시켜주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