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일이 많아 야근이 잦다.
아들래미는 연장탁아를 하면 되지만,
6시면 학원 순례 끝나고 집 지키는 딸래미 저녁이 큰 문제다.
이웃집 신세 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거푸 부탁드리기도 염치 없다.
결국 궁리끝에 회사 앞 단골 중국집에 부탁해
야근하는 날이면 전화로 외상배달을 집으로 보내고,
퇴근할 때나 다음날 점심 때 돈을 주곤 했다.
그나마 집과 회사가 코앞에 붙어 있어 가능한 편법.

그런데 며칠전 점심시간에 돈 주러 가니
배달하는 분이 날 붙잡고 딸래미 칭찬을 한다.

애가 아주 여우에요.
음식 배달하러 가면 현관문구멍으로 꼭 확인하고 문 열어주고,
그릇 찾으러 가면 "집에 어른 없어요" 이러면서 문을 절대 안 열어줘요.
딸아이를 야무지게 잘 키우셨어요.

그 칭찬에 무척 뿌듯해 꼭 한 번 자랑하리라 생각했는데,
어째 쓰다 보니 씁쓸해진다.
애 저녁도 못 챙겨주고 맨날 중국집 배달시켜주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4-04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중국집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나요?

Arch 2009-04-0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로도 조선인님 맘 잘 헤아려줄 것 같아요. 직장도 직장이지만, 육아 부분이 참 많이 걸리죠. 화이팅!

무스탕 2009-04-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엄마 맘 잘 알거에요.
그래서 엄마 걱정 안시키려고 야무지게 잘 자라주고 있잖아요?
참 이뻐요, 마로♡

순오기 2009-04-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되면 김밥을 말아 놓으면 참 좋은데~
좋아하는 중국 음식 질리게 될까봐 좀 걱정스러워서요.ㅜㅜ
야무진 딸, 마로를 잘 키우건 조선인님이죠.^^
그러네요, 분명 자랑인데 눈가에 촉촉한 물기가 잡히는...

미설 2009-04-0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조선인님도 마로도 힘내세요. 앞으로도 야무지게 잘 해나가길요...

마노아 2009-04-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대견하지만 엄마는 가슴 아프지요. 이야기 듣는 저도 맴이 아픈걸요. 그렇지만 마로는 정말 야무져요. 마로의 10년 후가 너무 기대되어요.^^

조선인 2009-04-0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짬뽕을 제일 좋아합니다.
아치님, 미안해 하면서도 일 하는 동안은 까맣게 잊어먹어요. 참 나쁜 엄마죠.
무스탕님, 정말 훌륭한 딸이라고 생각해요. 헤헤
순오기님, 그게 말이죠. 출근할 때 오늘은 야근하는 날, 이런 게 정해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내일까지 ** 보고서 써봐 이렇게 말하면 대책이 없다는... 흑흑.
미설님, 고맙습니다.
마노아님, 10년 후라니 너무 아쉬워요. 그때가 되면 훨훨 날아가 버리겠죠?
속닥님, 안 그래도 새로 가르쳐줬어요. "아직 다 못 먹었어요. 나중에 다시 오세요."

하늘바람 2009-04-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로가 야무지고 똑똑하네요. 이제 일학년인데 말이에요.
해람이 크면 마로가 챙기겠군요.
가슴아프지만 당당하게 이겨나가는 님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