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은 9월 1일이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어제 휴가를 썼다.
마로 등교시키고 해람이 맡기자마자 광교산으로 직행.
거의 3년만에 등산을 하는 거라 늙었다는 걸 팍팍 실감했다.
옆지기는 날다람쥐가 왜 이 지경이 됐냐고 계속 놀리고. ㅠ.ㅠ
몸도 힘들고, 점심도 먹어야하기에 형제봉까지만 올라갔다가 바로 하산.
원래는 점심을 근사하게 먹을 예정이었으나,
온몸이 땀투성이라 샤워하러 집에 들렸다가 아파트 장선 걸 보고
묵국수랑 튀김이랑 떡볶이를 사들고 와서 대충 떼웠다.
잠깐 오수를 즐긴 뒤 후배가 보내준 무료티켓을 가지고 '신기전'을 봤다.
음. 신기전.
김유진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담고,
여배우(한은정, 류현경)는 표정연기에 비약이 심하고
(그래도 옆지기는 이뻐서 용서한단다),
변희성 촬영감독은 액션신에만 강한 면모를 보이고,
이만희 작가가 문제인지 각색한 사람이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명대사를 노려 꾸밈말 과다
그렇다고 영화가 꽝이라는 건 아니고,
감독과 여배우들과 촬영감독과 극작가가 조금만 절약정신(?)이 있었다면
더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인 고민으로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든 게
과연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이로써 올해들어 처음으로 영화 관람. -.-V
영화관에서 나오니 벌써 애들 찾을 시간.
점심이 썰렁했던 대신 저녁은 푸짐하게 먹을 작정이었지만,
내 구두 사러간 김에 마트에 들려 간단히 쇼핑한다는 게 삼겹살까지 사버려
그냥 집에서 고기 구워 먹고 말았다.
최소한 양은 푸짐했지만
옆지기나 나나 분위기보다는 실속만 챙기는구나 싶어 조금 웃겼다.
뭐 그래도 아직까지 결혼기념일이라고 날짜 맞춰 둘이 휴가 쓴다고
직장동료들이나 후배들이 꽤 부러워하는 기색이다.
황당한 건 오늘 출근해보니 어제 회식이었단다.
어째 내 휴가에 맞춘 거 같은 피해의식.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