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끝나면 거리가 쓰레기장을 방불할 때가 있다.
내가 거기에 일조했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지는데,
주최측일 경우에는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죄책감을 해소할 수 있으나,
참가자일 경우에는 참 막연해진다.
그래서 생각한다.
1. 내 피켓은 내가 준비하자.
참가자에게 나눠주는 피켓이며 풍선이며 선전물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여
신문광고를 낼 수도 있고, 모금운동의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계급, 계층,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반 이명박으로 국민이 뭉치고 있다는 걸 각자의 언어로 증명할 수 있다.
2. 유인물은 참가자에게 돌리지 않는다.
다양한 정치적 입장의 단체가 참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수에 해당하거나, 묻혀진 사안에 해당하는 집단일 경우
집회 참가자에게 유인물을 뿌리는 경향이 있다.
그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나 더 많은 사람에게 자기를 알리고 싶다면
일반시민에게 온 몸을 부딪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3. 내가 받은 각종 선전물은 집회 후 반납하거나 내 손으로 분리수거를 한다.
피켓이나 풍선 등을 조직적으로 나눠주는 것처럼 회수도 체계적이길 바란다.
만약 반납이 어려울 경우 집으로 들고가 보관 또는 분리수거하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4. 물병은 준비물 1호.
각종 선전물 다음으로 거리를 어지럽히는 건 온갖 음료수병과 종이컵이며,
이들이 과연 제대로 분리수거될 것인가는 항상 미심쩍다.
물만이라도 집에서 담아오고 안사먹으면 안될까.
환경과 건강에도 좋고, 500ml 얼음물을 2천원에 바가지 쓸 필요도 없고.
5. 금연 혹은 휴대용 재떨이.
촛불문화제의 특징 중 하나로 초중고생의 적극적 참여는 물론,
아가를 데리고 오는 유모차부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여 개인건강뿐 아니라 참가자 전원을 생각해서라도 집회 중 금연은 좋은 덕목이다.
지키기 어렵다면 최소한 대열 밖에서 담배피기,
담배꽁초는 휴대용 재떨이에 담아가기 등의 미덕을 보여주면 좋겠다.
6. 산에 갈 때도, 집회 갈 때도 쓰레기봉투는 필참.
언제부터인가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현장학습 준비물에 쓰레기봉투가 꼭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의 습관은 그렇게 바뀌어 가는데도 문제는 어른이다.
집 밖을 나갈 때 항상 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녀 버릇한다면,
집회문화도 더욱 친환경적이 되리라.
7. 새로운 집회 아이템, 우리는 청소부대?
청소용 기다란 집게라면 구호 쓸 공간도 충분하고,
쓰레기 주울 일이 없다면 집게를 맞부딪혀 소리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쓰레기가 되어버릴 막대풍선보다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집게가
촛불문화제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구호는 이명박 분리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