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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세트 - 전10권 (반양장) ㅣ 그린게이블즈 빨강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계창훈 그림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5월
평점 :
어려서 빨간 머리 앤을 정말 좋아했다.
뮤지컬 애니도 좋아했고, 키다리 아저씨도 좋아했고, 소공녀도 좋아했고.
왜 난 고아 소녀 얘기를 이렇게 좋아하나 생각해본 적도 있다.
그러고보니 '작은 아씨들'도 좋아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합류하긴 하지만,
소설의 80%는 아버지의 부재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경상도 집안에서 자란 난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없는 얘기가 좋았나 보다.
그러면서도 좀 더 평화로운 가정에서 자라는 거 같은 친구들을 부러워 했고,
무엇보다 어딜 가서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앤의 일생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50이 된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늘 빨간 머리 앤을 꼽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내게 준 것이 이상적인 가족에 대한 대리 경험 그 자체였기 때문이리라.
내가 사춘기를 겪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인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앤은 나이 먹어가는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딸아이도 10권을 다 읽었으면 좋겠는데, 딱 1권만 읽고 끝이다.
뭐 세상은 달라졌고, 딸은 딸만의 대리 경험과 지침서를 찾겠지 싶지만 그래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