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지난 일요일 마트에서 녹두빈대떡 반죽을 사왔다.
손이 워낙 많이 가는 음식이라 나로선 엄두가 안 나지만 옆지기가 워낙 좋아하는 터라.
전개.
오늘에서야 녹두빈대떡을 지졌다.
나야 썩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지라 다 지진 다음에서야 하나 맛을 봤는데, 음, 정말 맛이 없었다.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었다.
역시 어머님이 부쳐주셔야 맛있나봐요. 어쩌구저쩌구. 근데 전 사실 맛난 줄 모르겠는 음식인데. 어려서부터 안 먹어봐서 그런가? 하긴 친정어머니는 장사 하시느라 손 많이 가는 음식은 전혀 안 하셨...(갑자기 말문이 콱 막힘)
절정.
생각나버렸다.
오그락지만큼이나 오래 손이 필요한 음식이 있을까.
가을이면 실한 무를 서너 대야나 사들여 중지만하게 써는데만 이틀 꼬박.
늦가을 햇살에 이리 저리 뒤집어가며 말리는데 한달 꼬박.
찹쌀 쑤어 양념 만드는데 하루 꼬박.
무치는데 또 하루 꼬박.
막내딸이 좋아하는 오그락지 겨울 내내 실컷 먹으라고 어머니는 그 수고를 하셨더랬다.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그 맛. 그 정성.
결론.
다음달이면 어머니 기일이 돌아오는구나.
벌써 또 한 해가 지났구나.
무심한, 못되처먹은 딸년 같으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