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언젠가 비빔툰에서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내용이 나온 적 있다.
엄마가 아이 둘을 안고 업고 양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층계를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애 둘이면 정말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지난주 수요일 나에게 닥친 상황.
옆지기는 조찬회의 때문에 일찌감치 나갔고 나 혼자서 마로와 해람이를 맡겨야 했는데,
하필 그날따라 해람이 기저귀를 보내줘야 했으며, 해람이 유모차는 다른 집에 가 있었고,
나는 나대로 평소에는 회사에 놔두고 다니던 노트북을 전날 들고 퇴근한 상황이었다.
노트북 가방은 대각선으로 비껴메고, 그 위로 배낭을 걸치고,
한손에는 7개월된 해람이를 안고, 다른 손에는 80개들이 기저귀를 봉지째 끼고,
기저귀 봉지 낀 손으로 마로 손을 맞잡아 마로 가방과 해람 가방을 대롱대롱 매달고,
그 와중에 지각을 걱정하며 7cm 구두를 신고 뛰듯이 걷는데...
온몸에 짐을 주렁주렁 들고 걸친 상황에서 9키로에 육박해가는 해람이를 한손으로 안고 가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 이러다 분명 다음 한 발자국에서 해람이를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머리속에는 끊임없이 최악의 상황이 예감되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 무사히 해람이를 맡긴 뒤,
이제는 20키로그램이 넘는 마로를 안고 뛰어 무사히 시간맞춰 버스에 태워보냈다.
그 짧은 사이에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 한여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목욕해 꼴이 말이 아니었다.
더 처참한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처럼 손톱만큼도 기쁘지 않고, 한숨만 폭폭 나왔다는 거.
그날 이후 마음은 계속 그로기 상태인데, 오늘 아침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월요일 아침 7시 30분에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전화를 받았으니,
한 주의 시작이 어찌나 상쾌해주시는지 미치고 환장하여 폴짝 뛸 노릇이다.
이사를 안 갈거라 생각하여 유치원을 정했고 이미 개학을 한 터라 해당 반경 내에서 이사를 하거나,
아니면 돈에 맞춰 이사를 하면서 유치원과 해람이 맡길 곳을 다 새로 구해야 하는 건데,
에휴. 새로운 미션은 어찌 또 해결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