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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양장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로는 아이들의 책에서 얻어지는 것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른들에게는 복잡다단한 문제들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간명하게 설명하기 때문일까. 이토론 간단한 진리를 왜 구태여 어렵게 설명하고 포장하려 하는지 모를 일이기만 하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맞물려 생각하게 되는 바가 많다. 가까운 지인 중에라도 찾을 수 있는 이산가족이 없어 그동안은 느껴지지 않던 그들의 고통이 세월이 흐른 뒤 절로 생겨났다고나 할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관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나 부모사이를 거리가 멀고 시간이 지난들 떼어낼 수 있을까하는 그런 생각들이 부쩍 늘어나는 때였다.
이러한 때 읽은 몽실 언니는 짧은 이야기임에도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그런 책이다. 한 민족 간의 내전을 겪는 우리 나라의 5~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은 요즘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았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도망을 가 새아버지와 결혼한 엄마를 따라 나선 몽실이 겪어야 했던 신체적 고통은 어린 나이의 몽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착하고 사려 깊은 몽실은 이런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엄마를 한 인간이자 여자의 삶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움을 가진 몽실의 모습에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새장가를 들어 맞이하게 된 새어머니는 난남이를 낳다가 죽고, 전쟁통에서 구걸을 해 가며 지극정성으로 난남이를 키운다. 엄마와의 재회도 새아버지의 귀향으로 끝이 나고 다시 아버지와 살게 되지만 전쟁이 남기 것은 어느 것 하나 성하지 않은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고통이었다. 살아 돌아온 아버지였지만 가장으로서는 힘없는 아버지를 기댈 수 없는 처지였던 지라 다시금 구걸을 나서는 몽실이다. 그 와중에도 병든 아버지를 고치고자 노력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길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다시금 난남이를 홀로 거두지만 남는 것은 하나 없이 외톨이가 되는 몽실이의 모습으로 당시 사람들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고 배고픈 시절 찾아온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는 이처럼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의 몫인 것을 말이다. 몽실의 인생은 걸어도 걸어도 멀어지기만 한 고개처럼 멀고도 험난하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이 참 대견하다. 곁에서 끊임없이 응원해준 어렵지만 마음씨 좋은 사람들을 보며 결국 이 사람들이 몽실을 버티게 한 버팀목이요, 시대를 이겨낸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전쟁의 이유는 어떠한 것이 되었든 용인 될 수 없다.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면 착하게 다 사귈 수 있다는 이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어린 몽실이도 이해한 이 말을 우리 또한 이해하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전쟁을 막는 이유에서든 그렇지 않든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할 수 있는 진리이기도 한 이 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