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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어둠의 시대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를 잘못 만난 사람들의 일대기를 읽노라면 당대의 사회를 지배한 위정자들의 모습에 대한 분노와 민중들에 대한 연민 비슷한 감정이 교차한다. 이번에도 같았는데 더욱이 마음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은 시간은 흘렀고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 것이라는 그 말이 진실을 왜곡 시키는 기능을 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론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용의 정신이 메말라 있음을 매일 보고 겪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부에서는 주로 조정에서 정조와의 관계 그리고 시대를 잘못 만났지만 귀이 쓰시려고 하는 임금의 배려로 백성들을 돌볼 수 있는 목민관 시절의 정약용을 만나보았었다. 이번 2부에서는 정조의 죽음 이후 몰락해 가는 남인 세력과 정약용 일가의 모습을 담는다.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엮은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1801년 순조 1년부터 1818년까지 장장 18년의 세월이다. 정조의 뼈를 깎는 인내의 빛은 결국 죽음과 더불어 수포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남인 세력을 절멸하려는 노론과 대비 정순왕후의 만남은 이후 조선의 혼란과 쇠락을 가속화 시키는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집에 갇혀 변화를 거부했던 경직된 시대, 소아에 갇혀 개방을 거부했던 폐쇄의 시대, 반대 당파를 공격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서슴없이 죽이던 증오의 시대, 자신과 다른 모든 것을 증오했던 불행한 시대의 유산을 한 몸에 안고 그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의 죽음은 단지 그들만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지향했던 정조 시대 조선의 죽음이기도 했다. p.90】
처음에는 장기에서 그리고 다산초당이라고 알려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을 소개한다. 이곳에서의 학문에의 끊임없는 추구는 결국 그가 남겨놓은 저서들로 미리 짐작할 뿐이다. 당시 정약용이 썼던 글과 편지들을 소개하는 면이 많아 그의 면모를 바로 볼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정약용의 위대한 점은 시대가 그러했지만 결코 분개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정에 처음 나아갔을 때에는 전문기술자, 목민관으로 후에 유배지에서는 후세를 위한 학문의 정리로 그 영향을 오늘날에도 전해주고 있는 그는 진정한 지식인이요 대학자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당시 시대의 우울함으로 인한 백성들의 한 많은 삶을 개혁하고자 하는 방안은 나라를 바로세우고 백성들을 위하는 진정한 위정자요 실학자의 모습이다. 이 부분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데, 나라의 정치를 하는 이들이 보고 듣고 익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약용은 백성을 위해 임금이 있고, 목민관이 있는 것이지 임금이나 목민관을 위해서 백성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임금의 정치가 퇴폐하면 백성이 곤궁하게 되는데, 그러면 나라가 가난하게 된다. 나라가 가난하면 부세의 징수가 가혹하게 되는데 그러면 인심이 떠나가고, 그러면 천명이 가버리게 되니, 그런 까닭으로 시급한 것은 정치에 있다.”라고 말했다. p.159】
시대를 앞서간 그가 후세에 자신을 바로 볼 것을 원해 지었다는 자찬묘지명을 오늘날에는 어찌 바라볼 것인가.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를 죽이지 않는가?”라는 그의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없는 이 시대의 한 사람으로써 서러움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