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이상의 도서관 5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동화로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 내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였다. 뚜렷한 목적도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치 않았다. 다만 유럽 중세사에 관한 조금의 호기심은 있었다. 전설에 얽힌 중세의 모습들을 어렴풋이 짐작할 따름이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전설의 내용을 좇아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진지한 나머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전설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아베 긴야라는 사람의 학자적인 면모에 놀란 그런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1284년 6월 26일 요한과 바울의 날 아침에, 남자는 다시 하멜른의 거리에 나타나 골목길에서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쥐가 아니라 네 살 이상의 아이들이 달려 나왔다. 아이들은 남자의 뒤를 따라 산으로 갔다가 남자와 함께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소설 속 내용이라 하더라도 놀라운 이 일이 사실이라면? 저자가 밝힌 바로는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 옳다. 허나 전설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옮기는 과정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타나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저자는 아주 오래된 기록을 찾는 노력에서부터 하멜른 시를 직접 찾아 현장을 둘러보는 일 등은 기본이었고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던 연구방식을 채택한다.




“지금까지의 전설 연구 대부분은 민속학의 틀 안에서만 이루어졌고, 시간의 추이와 시대 배경을 고려한 도시의 상황 관계 속에서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왜 어린이들은 도시 바깥으로 나가야 했을까, 왜 어린이들의 실종이 그렇게 유명한 전설이 되었을까, 라는 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종 원인을 그 당시 하멜른 시의 전체 상황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p.47”




다양한 해석들이 시도되었지만 그 해석들조차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왜곡되었다. 전설적 사실이 발생한 때부터 해석들이 시도된 당시까지의 연구가 필요한 이유였다. 왜 하멜른인가 하는 점에서부터 쥐 사냥꾼으로 변모해버린 피리 부는 사나이의 존재까지 연구대상은 많았고 이해를 위해서는 당시 하멜른을 중심으로 중세 유럽사를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당시 최하층민의 생활사까지도 살펴보아야 했으니 그야말로 민중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중세 사료에서 역사적 존재인 ‘피리 부는 사나이’는 거의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사건이 후일에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알려지기에 이른 것은 유랑 악사가 사회적으로 소외된 존재이고, 그들을 차별하고 악행의 상징으로 여긴 사람들과 ‘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린이 130명 실종’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존재는 거의 아무 관계가 없다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전설의 변모 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요소들은 대개가 전설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이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되어 있던 것인데 이는 당시 유럽의 큰 변동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모습을 찬찬히 살펴가다 보면 곧 당시 사회와 인간들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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