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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조선의 왕들에 관한 독살설은 언제 봐도 흥미를 끈다. 최근 선덕여왕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미실 외의 왕실 여인들에 대한 추측도 사극의 재미를 끄는 요인 중에 하나로 작용한다. 비단 우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왕실에 관한 소문이 시대를 걸러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동서 공통의 일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동안 얼핏 들어봤을 듯 한 그럴듯한 소문을 파헤치고 있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라는 제목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 모두 파격적이어서 관심을 끄는데 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고대의 미스터리로서는 이집트의 투탕카멘의 죽음을 소개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투탕카멘의 죽음은 현재까지도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을 보면 당대에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던 것이 틀림없다. 젊은 왕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현재의 저자가 파헤친 결과는 어떠했을까? 단순히 심리적 추측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증거를 모아 결론을 내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니 누구 말이 진실인지?
가장 많은 부분은 영국의 왕실에 관한 추문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조지 3세부터 왕세자비 다이애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왕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사라진 왕자들부터 암살과 독살, 왕실스캔들까지 그 소재도 다양하다. 당시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도 기록물이지만 증인들의 증언이 저마다 달랐기 때문에 소문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일까 오히려 의구심은 더욱 커지기도 한다. 이 모든 사건을 다시 재해석 하려는 의도는 때로는 심리학과 의학적인 고견까지 모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철가면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언맨으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는 없겠지만 어찌 되었든 실존인물이었다는 것이 놀랍다. 결국 오늘날에도 그가 누구였는지 아무도 알아낼 수 없다는 점도 소문의 매력을 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자신은 러시아의 대공비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고 죽음을 맞이한 안나 앤더슨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후일 의학적으로 증명된 안나 앤더슨은 아나스타샤가 아니었다는 점도.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왜이다. 왜?라는 의문을 해봄으로써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역사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왜라는 질문은 곧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도 있으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단순한 추리는 후일 과학이나 의학의 발달로 그 간격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 정사를 이야기 하려는 역사가들은 이러한 책들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 하나 재미 면에서 뿐 만 아니라 역사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으로는 이만한 소재도 없을 것이다. 다만 염려 되는 것은 이것이 사실 하나로 굳어져 버릴까 하는 점이다. 으레 소문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가 진실처럼 보이게 하는 효력을 발휘한다. 그나마 다행 인 것은 피터 하우겐이라는 저자는 재미만을 위해 무조건 소문을 좇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들어 진실의 통로까지 막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문은 소문일 뿐 오해하지 말자!하는 식의 이야기로 막을 내리고 있으니 알아서 생각하시길! 역사적인 교훈보다는 소문과 호기심을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구상했다고 하는 저자는 소문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중요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원인을 분석하다보면 절로 이해가 되는 재미있는 세계사 공부의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