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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세속의 고리를 끊고 종교인의 길을 걷는 이들을 보노라면 막연한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세속에서의 분노와 슬픔이 있다고는 하나 하루에도 살아갈 원동력이 되는 기쁨을 만끽하고 살아가는 범인으로서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인데, 이 글을 읽노라니 평범한 이들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 보여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도 한다. 지나치게 작은 즐거움에 만족을 하고 있는 두 스님의 모습에서 어쩌면 그것을 해내지 못해 그 길을 갈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범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두 스님의 이력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도 마쳤던 천진 스님의 이력을 확인하고는 우선 드는 생각이 안타깝다 혹은 이해불가였다. 아니...이런 분이 왜?하는 생각은 속인의 생각으로 너무 가벼운 걸까? 홀연히 불가에 귀의한 스님의 의도는 물론 그 큰 뜻을 헤아리기에는 내 속이 좁디좁다. 첫 장에서 이러한 판단을 절로 깨게 만드는 것은 물론 스님의 글들이었다.
글 속에 숨어 있는 아니 글에서 퐁퐁 솟아나는 기쁨과 만족과 깨달음의 기운은 그렇게 나를 변화시키고 스님들을 이해하게 하는 무언가가 되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그 속에 있었던 것이다. 굳이 불교라는 종교를 선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깨달음을 얻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불교에서 전하고자 하는 교리를 어려운 말로 빼곡히 적어둔 글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며 생각해 보아야 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스님의 따스하고 정감있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으니 읽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얼굴에 생긴다. 터무니없는 다정다감한 모습은 사뭇 천진한 어린아이와도 닮았지만 모든 일과 생명에 정과 성을 다하는 모습은 과연 스님의 큰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글은 때로 무종교인도 읽고 접하여 작은 깨달음의 기회로 삼아도 참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주변의 지인에게도 이 책을 권했다. 부담스러운 식사 후에 청량음료를 섭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속세에서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