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1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홍성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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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은 신성한 것을 건드렸다는 데에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것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실을 폭로할 경우 더욱 그렇다. 이 책은 다빈치코드와 더불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가진 소설이기에 더욱 그렇다 할 수 있다. 워낙 짜임새 있는 내용인지라 소설속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이를 보탠다. 그렇기에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책이다. 허구의 내용이겠지만 이 책에서 다룬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종교와 과학의 충돌이라...현대화 된 세계에서 종교는 더욱 거대해져 가는 것을 보았을 때, 종교는 과학으로 인해 소멸하고 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신의 창조를 확고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함을 알고 있다. 이러한 때 종교인들의 위기감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인식의 시작이야말로 이 소설의 시작이다.




스위스의 CERN에서 사건이 시작된다. 천재 과학자의 죽음. 과학자의 가슴에 찍힌 낙인은 ‘일루미나티’ 전설속의 조직으로만 알려져 왔던 과학자들의 모임인 이 조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었다. 갑작스런 그들의 등장도 그렇지만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더욱 미묘하다. 하버드대 기호학자인 랭던의 등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CERN의 소장 콜러의 요청으로 이 사건을 맡게 된 랭던은 가능성 있는 추리로 이 소설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과학자는 곧 카톨릭의 사제였음이 드러나고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시도를 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탄생한 ‘반물질’의 가공할만한 위력에 대해서도 말이다.




과학자의 죽음은 곧 또 다른 위기로 묻히게 된다. 핵폭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반물질을 담은 트랩이 사라진 것이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일루미나티의 회원일 것이라는 살인자의 수중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암시뿐이다. 그것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 반물질을 세상에 탄생시킨 과학자의 딸, 비토리아가 도착했다. 랭던과 비토리아는 반물질을 찾기 위해 바티칸으로 날아간다. 시기적절하게도 바티칸은 교황선거회의가 준비되고 있었다. 콘클라베라고도 하는 이 회의는 절대적으로 비밀회의였으며 교황선출이 있기 전까지 추기경들의 출입이 금지된다. 허나 문제는 후보로 지명된 추기경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암살자는 이들 추기경을 모두 과학의 제단위에서 제거할 것임을 교황청에 알려온다. 이전 교황의 서거로 인해 권력을 쥐고 있는 궁무처장은 세상에 알리는 대신에 우선 암살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령관 올리베티의 의견을 따른다. 한 시간에 한 명씩 추기경에게 낙인을 찍고 살해하는 암살자와 급박한 시간을 따라 추리와 추적을 해 나아가는 랭던과 비토리아의 행적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일루미나티라는 고대의 조직이 로마교회의 심장 바티칸에 심어놓은 상징은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모든 것이 진실일까?하는 물음은 너무 잦다. 일루미나티 회원 베르니니의 작품들로 구성된 암시는 흙, 공기, 불, 물로써 과학의 원소를 나타내는데, 이전의 암시가 다음 사건의 단초가 된다. 추기경들을 살해하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한 명의 추기경도 살려낼 수 없었다. 게다가 이전 교황마저 일루미나티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종교의 심장인 바티칸은 반물질과 함께 과학의 힘으로 소멸할 것이었다. 비토리아는 결국 암살자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마지막 추기경까지 제거한 암살자는 비토리아를 계몽의 교회, 일루미나티의 근거지로 납치하게 되지만 곧 랭던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인해 욕심을 채울 수 없게 된다. 놀라운 것은 계몽의 교회와 바티칸으로 이어지는 교황의 길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 곧 이는 교황청 안의 일루미나티가 숨어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된다. 이 길을 따라 교황청으로 자리를 옮긴 랭던과 비토리아는 모든 사실을 궁무처장에게 알리고 추기경들의 안전을 위해 대피시킬 것을 결정한다.




사건은 더욱 꼬이기 마련이어서, CERN의 소장 콜러가 교황청을 방문하게 되고 암살자를 지시한 야누스라는 인물이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궁무처장 가슴에 일루미나티의 다이아몬드 낙인이 찍히고 콜러는 살해된다.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는 이 때부터다.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궁무처장은 반물질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알게 되고, 신의 교회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로 날아 소멸시키려는 궁무처장의 의도는 성공했지만 남은 길은 아직도 멀었다. 콜러가 죽기 전 랭던에게 전한 자료는 곧 수상한 궁무처장의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궁무처장의 의도는 만천하에 드러난다. 그리고 진실도 함께. 고대 과학자들의 조직이었던 일루미나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학의 성장과 함께 사그라지는 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공포라는 것을 알고 있던 궁무처장의 소행이었음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교황청의 소행을 불온한 것이라는 것만을 드러내는 소설은 아니다. 곳곳에 신을 믿는 이들의 진심이 묻어나는 행적과 발언 등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과학 혹은 종교의 우선순위를 다투는 것은 무의미한 것임을 인정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종교도 과학도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는가. 상생하고 인정하는 길이 살아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천사와 악마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은 그렇기에 옳지 않다. 종교 혹은 과학의 우위 등을 따지는 것에서 벗어나 명석한 추리를 즐기고픈 이들이라도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매력적인 댄 브라운의 소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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