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와 심리학의 만남이라. 얼핏 생각해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보다 절묘한 만남은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역사란 사료를 바탕으로 한 역사학자들의 상상이 낳은 결과이다. 사료의 불충분성이 커질수록 그러한 결과는 더욱 필요한 절차가 된다. 고대에 비해 사료가 많이 남은 조선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당시의 정황을 기록한 내용이 그 상황을 완벽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차피 상상을 해야 한다면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는 심리학에 기대어 보는 시도도 좋을 것이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오랜 시간 인간의 행동을 심리적인 이유에 비추어 분석해 놓은 학문이라고 할 때, 얼토당토 않는 시도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역사적 자료를 갖추어 놓고 심리학의 힘을 빌려 상상을 돕는 이 책은 흥미도 있거니와 역사적 인물의 행태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총 5인의 인물들을 만난다.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 황진이. 이 5인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인물들이다. 따로 그 역사적인 내용을 열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심리학적인 분석이 더해져 흥미를 보태고 이해를 더하고 있다. 5인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어릴 적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 나타나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 또한 어린 시절의 경험에 원인을 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억압된 무의식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었었다.




어린 시절 겪게 되는 무의식이 표출하고 이겨낼 때에는 승화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렇지 않고 억압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단다. 전자의 경우가 정조와 이이였다면 후자는 그렇지 못했다. 여기에 개인적인 성향과 더불어 인생을 결정짓게 된다. 또한 부모의 자녀 양육이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하고 있다.




허나 저자가 심리학자 이다보니 1차적 사료를 이용하는 대신 2차적 사료를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대개 유명한 역사도서를 인용해 인물들을 분석했기 때문에 역사도서를 쓴 지은이의 시각을 반영하여 새로운 해석보다는 기존의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옳은 역사읽기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료의 이용 한계가 자칫 오류를 남길 수도 있으므로 걱정이 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저자의 분석을 따라 읽다보면 역사를 이룬 이들도 오늘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고뇌를 겪었던 이들이라는 점을 느끼게 되어 친밀감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역사읽기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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