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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덕일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이 가면 길이 된다고 했던가. 현재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여자들의 권리는 이전의 여인들이 자신의 운명과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했던 노력 덕이다. 그 여인들이 있기에 오늘의 여자들의 권리 신장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노력이 남자이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역사 분야의 인물이라는 것이 반갑다. 물론 이덕일님은 소외되었지만 소신을 세우려 했던 인물을 높이 평가하는 이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역시 반가운 일은 어쩔 수가 없다.
책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써 명성이 대단한 신사임당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강인하지만 이 또한 후대 사대부들의 입김이 작용한 모양이다. 그는 양처는 아니었던 것이 이유인데, 율곡 이이의 높은 성품과 학문을 비추어 신사임당이라는 여인을 평가했다. 현재 오만 원 권 지폐의 인물로 지정된 일에도 이러한 시각이 담겨있음을 저자는 한탄해 한다. 오만 원 권 지폐에 담지 말아야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사임당 본인의 자질을 바르게 알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그 시대 이전까지는 여인들의 권리가 조선 중기 이후에 비해 월등했던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여인들에 대한 깊은 차별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음도 시사한다.
더욱 확실한 것은 조선 이전의 여인들을 살펴보는 일이다. 현재 드라마로도 인기리에 방영중인 천추태후가 대표가 될 수 있겠다. 성종의 유학 이념에 맞서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고자 하는 그녀는 단연코 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원나라의 황제의 정비가 된 기황후, 신라왕실을 쥐락펴락했던 미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역사 속 여인들의 이미지를 철저히 파괴할 만큼 파격적이다. 이들이 생소한 이유는 이후 남성들의 시각으로 적힌 역사서에 부정적으로 기술되었거나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들의 모습을 바로보고자 하는 이가 있으니 앞으로 올바른 시각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인수대비 한씨, 장희빈, 혜경궁 홍씨, 문희는 인생의 굴레를 이겨내려 한 냉혹한 승부사들이다. 결과가 좋았다 할 수 없지만 그들의 노력이 쉬웠다 말할 수 없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천하를 경영한 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에 대한 평가도 재고되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삼국통일의 기반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선덕여왕의 노력 때문이었으며 진성여왕의 치세로 신라의 쇠락이 가속화 되었다 말하는 역사가들의 평가는 잘못 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나라의 창업을 이끈 소서노, 허황후, 선화공주, 민경왕후 민씨의 삶도 재조명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행히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이들의 일생을 담은 책과 방송이 우리를 들뜨게 한다.
모든 여인의 삶이 역사에 상대적으로 작게, 혹은 부정적이게 기술되어 있어 아쉽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난정, 어우동 등인데 이들의 행적이 옳았던 것은 아니나 당대 사대부들이 이들의 동반자였음을 볼 때 그 처사가 사뭇 과하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사대부들의 이중적인 성향의 피해자였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현세자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까운 이가 소현세자빈 강씨인데 타국에서 민족의 어려움을 딛고 경영자로써의 훌륭한 면모를 보여주었던 이의 죽음은 한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움직임을 바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역사의 주인공으로서의 여자들의 삶이 부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불어 의롭게 살다 돌아간 논개, 김만덕, 최용신의 삶 또한 그 존재로써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많은 여인들의 삶을 담고자 한 노력으로 책의 분량은 꽤 많은 편이었으나 각 여인들 삶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역사를 이토록 재미있고 흥미롭게 쓴 이덕일님은 역시나 역사의 대중화에 일조하는 큰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뜻이 있는 역사를 기록한 그의 노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그가 지적했듯이 여자 혹은 남자가 아닌 우리 역사를 만들어간 인물이라는 점에서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여성들의 실제적 삶을 추적해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의도가 충실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