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독서클럽 모임에서 북크로싱으로 받은 선물 도서였다. 최근 영화화 된다고 했던 책인지라 기쁜 마음으로 받은 책이었지만, 읽고 있던 책들이 산적해 있던지라 읽기를 미루고만 있던 책이었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미리 읽어야지...했건만 계획이 어긋나 버렸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던 것. 어떤 이는 원작이 좋다 영화가 좋다하지만 언제나 내게는 비교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둘 모두 내게는 넘치는 기쁨을 주는 그 이상이니 말이다.




그렇게 먼저 영화를 보았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풍부한 감정연기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에 드러내지 않는 듯 한 비밀스러움, 옛 시대적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요소들 그리고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 등 소위 말해 요즘 찾아보기 힘든 영화라는 느낌이 더욱 특별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책을 펼쳐 들었다.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영화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고 싶은 욕구도 없지 않았다.




내용을 미리 봐서인지 쉬운 내용이 아님에도 쉽게 읽혔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난해했을 것 같다. 그리 쉬운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더 리더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책 읽어주는 한 남자, 그리고 여자가 나온다. 둘은 15살 그리고 36살이라는 터울이 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가 되었다. 여자는 소년을 꼬마라 불렀고 소년은 여자를 한나라 불렀다. 사랑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처럼 되었을 때 한나는 책을 읽어줄 것을 원했고 꼬마는 그렇게 했다. 읽는 책의 종류는 대부분 고전이라 불리우는 것들이었으며 둘 모두 책의 내용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일과 책을 읽는 일은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둘 사이가 오래도록 지속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한나가 떠나 버린 것. 당시 성장을 경험하던 소년의 감정이 갈등이 일어날 때쯤이었으므로 소년은 마음 속 깊이 미안한 감정을 감춰두었었다. 그리고 다시 한나를 보게 되었을 때에는 무엇 때문인지 흔들리고 있었다. 물론 한나를 보게 된 곳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그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복잡한 감정을 지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승진의 기회를 버리고 소년을 떠난 한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직전의 수용소에서 감시원 활동을 하던 중 폭탄이 떨어져 불이 난 교회의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행위로 재판을 받게 된다. 차장으로 일하던 한나가 수용소 감시원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됨으로써 떠나게 된 경위는 얼핏 이해할 수 없다. 뭇 사람들의 시선으로서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다른 피고인들과는 달리 자신의 행위를 순순히 시인하는 행위 또한 그렇다. 이러한 행동은 피고인들에게 불안함을 전해주었고 이들은 합심하여 한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게 만들었다. 보고서에 나온 내용은 모두 한나의 소행이며 그녀의 책임이었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필적 비교를 위해 필기도구를 한나 앞에 놓았을 때 그녀는 자신의 책임이었음을 시인했다. 이 모두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다.




한나의 죄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책임을 떠맡기에는 알고 있는 바가 너무도 많았던 남자는 괴로웠다. 한나가 이 모든 일을 문맹이라는 이유로 인한 수치심 때문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은 지속되었다. 재판의 날들은 계속 되었고 한나는 종신형을 언도받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 때 남자는 여자에게 책을 읽는 자신의 목소릴 테이프에 담아 교도소에 보낸다. 여자는 책읽기에 매달렸으며 스스로 읽고 쓰는 일을 터득해 남자에게 편지를 쓰지만 남자는 이에 대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더 세월이 흘렀을 때 여자가 출옥을 하게 된 날짜가 다가왔고 여자를 보기 위해 남자는 그곳을 방문했다. 허나 어떠한 편지를 보내지 않았듯 남자는 여자에 대한 거리두기를 좁히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나는 출옥을 앞둔 그날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남자가 그 방을 찾았을 때 짐은 꾸려져 있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만으로는 이 책을 이해 할 수 없다. 이 책이 쓰여진 곳이 독일이었다는 점과 나치 시절의 죄를 지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소년이 후에 겪었을 여자에 대한 이해와 죄를 부인하지 못했던 점으로 인한 고민이 그것이다. 여자를 이해하지만 수용하고 인정할 수 없었다는 점 그럼으로 인해 거리두기를 멈출 수 없었다는 사실은 전후 세대들의 이전 세대를 받아들이는 그 무엇과도 닮았다. 인간의 내적인 갈등과 고민,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부터 전해오는 고통 등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온갖 감정들을 교차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밖에 확언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