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바나
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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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에 관한 이야기는 연을 쫓는 아이, 그리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등으로 접하게 되어 그 참혹함에 대해 내성을 쌓았다고 생각했었다. 허나 아니었다. 파르바나를 따르는 여정은 내게 여전히 힘들고 괴로움을 전해주었다.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을 뿐 그곳의 아이들과 여인들 그리고 무고한 국민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았었다. 그들은 여전히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인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 탈레반은 일률적으로 그들의 생활을 구속했다. 많은 남편과 사내아이들이 군대에 동원되었으므로 여인들이 가장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외출을 금지하는 명령 때문에 굶어죽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파르바나의 집도 마찬가지여서 엄마와 언니 그리고 동생 둘이 아버지 없이 살아야 했지만, 먹을거리를 가져올 사람이 없었다. 이전부터 아버지를 따라 장에 갔었던 파르바나는 남장을 하고 가족을 구해낼 것을 결심한다.




남장을 하고 아버지가 했었던 편지를 대신 읽어주고 써주는 일을 하며 실질적 가장이 된 파르바나는 아버지가 돌아올 날을 고대하며 꿋꿋하게 살아내었다. 어려움을 무조건 참아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언니와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삶에의 고난함을 솔직히 표현하는 파르바나는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았다. 단지 상황이 그리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언니의 결혼으로 가족이 여행을 떠난 사이 아버지가 출옥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와 파르바나는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그곳으로 가족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는다. 아버지가 떠난 파르바나에게 남은 것은 펜과 종이 그리고 책 몇 권이 전부였다. 짐을 꾸리고 다시 혼자가 된 파르바나는 가족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엄마를 잃은 아기 하싼과 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아시프, 할머니와 단 둘이만 살고 있는 릴라를 만난다.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도 가도 나오는 것은 황무지와 배고픔의 연속인 날들일 뿐인 미래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뢰밭에 걸려든 짐승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지뢰에 입힌 예쁜 색을 따라 지뢰밭에 들어가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난민촌에서의 난민들에 대한 묘사는 또 어떠한가. 이 모든 것이 소설이 아닌 아프간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실기록이라니...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은 어떠한 모습을 보일 것인가. 그곳을 조국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국가는 어떤 미래를 보여줄 것인가. 여전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탈레반이 있는 한 여전히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간직한 국민들의 모습에서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염원을 담은 책을 힘든 여정 내내 버리지 않았던 파르바나의 모습에서 어렵고 고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프간 사람들의 모습을 본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그들의 고된 삶이 하루바삐 끝을 맺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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