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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습격 - 영화, 역사를 말하다
김용성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관객 600만을 돌파하며 흥행리에 막을 내렸던 ‘화려한 휴가’를 기억한다. 상승 분위기에 놀란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 번 영화 속 못다 한 이야기를 방영하기도 했었는데, 그 때 한 시민의 말이 떠오른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막연하게 사건이 있었다는 정도밖에 몰랐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라고 말이다. 시간은 흐르고 바쁜 일상에 묻혀 지워진 과거를 관심 속으로 밀어 넣는 기폭제 역할을 영화가 대신 해주었던 것이다. 학교의 역사시간도 아닌 영화였기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때로는 상반된 시각이나 허구적인 요소 때문에 진실을 혼동하는 오류가 생기기도 하지만, 관심이야 말로 알 수 있는 시작이리라. 의구심 나는 부분은 찾아보아 수정할 수도 있는 일이니 이러한 분위기가 긍정적이라 여기는 나다. 아무튼 그래서 나 또한 역사나 시사적인 요소를 영화화 한 장르를 즐겨본다. 이 책에서 나온 여러 편의 영화가 겹쳐지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진정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하며 죽은 지식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줄곧 이야기 하는 이유와 같다. 알아야 오늘의 우리가 보일 것이라고. 현상은 우연에 의해 일어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그래서 무척이나 즐겁고 유익한 책읽기가 되었다. 대체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해 침략당한 역사를 가진 대륙의 이야기가 배경이 되는 영화다. 한국, 중국, 일본을 주축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근대의 모습을 담은 영화들이 소개된다. 시기의 모습을 전달하려는 의도 외에도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 많다. 아메리카의 남과 북의 모습이 두 번째 장에서 펼쳐진다. 스페인 및 영국 등의 침략시기부터 오늘날 중남미에서의 반미 정서에 이르기까지 아픔의 시간을 담으면서도 그곳에서의 삶을 일구고 가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프리카는 최근까지 내전에 휩싸인 곳이 많다. 반군과 정부군의 대립은 잔혹한 살해 행위로 치닫는다. 그 이면에 있는 근대의 제국주의 국가들의 탐욕과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선진국의 착취가 있다. 이를 기생하며 먹고 자라는 자국의 학살자들의 결과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다. 인간 대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를 지향하는 영화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화 설명 전에 사학을 전공한 지은이답게 간략하고 중요한 상황 설명을 덧붙인다. 곧 바로 영화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다시 한 번 이해를 돕는다.
잘 알고 있는 영화는 다시 한 번 생각을 되돌리게도 하고, 모르고 있던 영화는 곧 보아야할 것 같은 욕구를 만든다. 이 모든 영화가 결코 역사만을 알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한 장르는 이미 역사 다큐멘터리가 제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을 담고자 한 의도라 여겨진다. “각 시기의 무게와 의미를 아는 것은 그러한 개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참조 사항일 뿐이다. p.57"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