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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지어졌다. 지은이 김정현님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글은 김정현님이 책으로 꼭 담고 싶어 할 만큼 감동적인 실화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과 며느리의 정성이 극진하다. 본인으로써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다. 읽는 내내 먹먹해지는 마음을 참아내느라 눈이 따가울 정도다. 아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자식의 정을 어찌 이리도 절절히 담아내었는지...
머리 좋고 능력 있던 용준은 군 제대를 앞두고 세상을 향한 열정을 마음껏 펼치리라 마음먹는다. 그러던 도중 들려온 쓰러진 아버지의 소식. 평생 자식들을 위해 사셨고 마음상할 이야기 한 번 건넨 적이 없던 아버지였다. 그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용준의 마음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의 기대와 열망이 좌절되었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생각은 자신을 책망하며 반드시 아버지가 지켜낸 것을 이어가리라는 생각으로 굳어진다. 그 이후부터 용준의 생활 중심에 아버지가 있었다.
예식장이 사양길로 접어들 무렵 용준은 아버지가 애착을 가지고 해 오셨던 사진관을 이어받기로 결심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버지를 지키는 일이요, 아버지와의 추억을 담고 살아가는 어머니를 지키는 일이라 여겼다. 고향사진관은 그렇게 한 구석을 지키며 이어져 가고 있었다. 고향을 떠난 친구들의 아지트가 되기도 했다.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용준은 친구들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존재였다. 무슨 잘못을 했어도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겼어도 돌아가고 싶은 곳. 고향...그곳에 용준이 사진관을 하고 있었다.
용준의 부인 희순은 며느리로써 신혼여행도 포기하고 돌아갈 만큼 효심이 지극한 여인이었다. 불같은 사랑으로 결혼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으나, 행복이란 작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라 믿는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흔들리는 용준을 바로잡아주는 것은 희순이었으며 용준이 용기를 얻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신뢰와 믿음은 오랜 지기처럼 소중한 서로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실까 하룻밤도 외지에 나가 보낸 적이 없었던 나날들이었지만 세월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보내드릴 때가 되었다. 아버지를 보내는 모습이 애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간의 그들의 노력과 정성이 가 닿아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평화롭게 보이는 것이었다. 보내는 마음이 어찌 평화롭겠냐만은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걱정하는 용준이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남편을 잃어야 하는 부인과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착한 사람은 일찍 데려간다는 그 말이 맞기라도 한 것인가. 친구들에게도 끝내 병을 알리지 않았던 용준은 자신의 삶을 조용히 그렇게 마감한다. 마지막 그의 가는 길에 아이들을 안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 만에 소리 내어 우는 울음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를 떠나 보내야하는 자식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는 짐작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무심했던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이 더 되었고, 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용준의 그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잔잔하게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