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영화로 제작된『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예고편을 보고, 갑작스러운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불쑥 읽게 된 책. 이 책은 책 내용이 특이한 것 이외에 기발한 내용은 없다. 소재의 특이성으로 인해 부각되지만, 사람인생의 시기를 거꾸로 돌려놓았을 뿐이다. 그러함에도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공상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지만, 상상하는 묘미를 가져볼 수 있겠다.

만약 내가 벤자민 버튼이라면?이라는 상상과 더불어 버튼의 고통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태어날 때 긴 수염과 이미 늙어버린 몸을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 다행히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버림받지 않고 버튼가에서 살아갈 수 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려 노력하지만, 어울릴 수 없었고 대학시험에도 합격했지만 입학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다.

세월이 지나자 조금씩 젊어지던 버튼은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고 행복했다. 이제야 몸의 나이와 실제나이가 비슷해진 것이다. 열정적인 사교활동과 사업 확장으로 성취감 또한 충만했다. 허나 조금씩 시간이 흐르자 또 다시 불행의 연속이 시작되었다. 늙어가는 부인을 바라보는 것이 싫었고 점점 더 젊어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과 불화를 겪었다. 점점 더 어려져 아들과 형제처럼 보이기 시작하자 아들마저 그를 멀리했다.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마치 삼촌과 조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들은 이때부터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않고 아버지를 세상과 격리시키기로 작정한다. 버튼은 이제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어버렸다. 사고능력의 수준까지 점점 어려져 보모의 돌봄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이제는 아기가 되어버린 버튼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전의 생활들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어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남과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건 이해를 구할 수 없기에 혼자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벤자민처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면? 가족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이라고 한다면? 사랑하는 이의 늙어 감을 지켜봐야한다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기억 속에서라도 그를 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가장 슬픈 것은 사람이란 늙어감에 따라 추억을 먹고사는 존재라 여기는 나의 믿음에 따라 세월이 지날 수록 이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사라져 버린 벤자민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아주 간단해서 금세 읽힌다. 그래서일까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만화로 된 부분과 글로 된 부분. 만화로 된 부분이 좀 더 흥미롭다는 특징을 가졌지만, 상상하기에는 글로 된 부분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