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법정소설이자 정치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존 그리샴의 법정소설을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읽은 책의 대부분은 미국의 다양한 사법제도들을 중심에 둔 소설들이었으며 이 책은 주 대법원 판사 선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케미컬 크레인사의 산업폐기물 불법투기로 인한 미시시피의 한 마을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와 관련한 소송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는 있지만, 판사선거를 중점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 혹은 선거에 관한 책 이라하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존 그리샴의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는 한국이지만, 미국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산업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문제는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물론 자국 내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어 국외로의 이동이 불가피하게 되었다지만, 모를 일이다.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에 케미컬 크레인사의 공장이 들어서고 얼마 후부터 식수가 오염되기 시작한다. 이상한 냄새와 색채라는 거리낌은 있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은 약해졌으며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보우모어의 암 발병률은 전국 암 발병률의 15배 수준까지 증가했다. 피해자들 중 얼마 전 남편과 아이를 잃은 자넷 베이커는 페이튼&페이튼의 웨스와 메리 그레이스 변호사를 찾아 크레인 케미컬사에 소송을 제기한다.

승리. 대기업 크레인 케미컬사를 두고 자넷 베이커와 페이튼 부부는 승리했다. 4년 동안 법정투쟁으로 인해 빚에 허덕였지만 희망은 있어보였다. 문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크레인 케미컬의 트루도였다. 배심원제도에 강한 반감을 보이는 트루도는 미시시피 시골사람들의 판결에 불복했다. 당연히 주 대법원에 항소할 계획이었다. 미시시피 대법원은 9인의 판사로 이루어져있었고 승소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패소할 경우 제국은 무너지게 되어있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라인하트였다. 극적인 등장만큼이나 소설의 재미를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임명제가 다닌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판사선거를 이용하자는 계획을 제시하며 트루도의 심임을 받는다.

소설의 대부분의 내용인 선거는 이렇게 화려한 막을 올린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대기업, 변호사 협회, 단체와 조직, 교회 등의 다양한 단체가 등장한다. 이익집단의 화려한 로비 등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선거는 확실히 돈이 승패를 좌우하는 듯 보였다. 이는 불행히도 현실이며 현대사회에서의 선거란 선거운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도 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크레인 케미컬과 기존의 대법원 판사였던 매카시의 대결은 결국 돈 있는 자의 승리로 돌아간다. 대법원의 판결 또한 마찬가지.

소설은 소설처럼 막을 내리지 않는다. 화려한 다윗의 승리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되는 것 인가보다. 현실은 여전히 돈 있는 자의 손을 들어준다. 세상이 변했을지라도 말이다. 선거제도에 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소설의 대법원 판사 선거 외에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선거제도는 합리적인가? 일부는 감정에 의해 혹은 열렬한 선거운동의 결과 언론에서 유명한 이들에게 표를 주는 경우,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게 되는가? 평소에도 꾸준히 그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라고 하지만, 정치판은 TV를 돌리게 만들어버리지는 않는가?(이 또한 자기변명일 뿐이지만)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하며 대표하리라 선전했던 대법원 판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은 주민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민주주의여, 고맙다. 시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라. -본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