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한정주 지음 / 예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율곡 본인의 평생의 뜻을 이루고자 한 노력과 정성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학문을 하고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한 사람으로써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해 나아간 여정 때문에 더 없이 고결하다 하겠다. 권력이나 부를 이루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나서 당연히 마땅한 도리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여기에서 사람의 도리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진실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가질 것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답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고된 과정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범인의 부류에 속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율곡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이유다.

우선 사람으로 나서 한 삶을 진실로 살고자 한다면 뜻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입지다. 뜻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부단한 노력을 한다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에서 뜻이란 가시적인 결과로서의 목표보다는 삶의 철학으로서의 뜻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쓰는데, 이때에도 큰 뜻을 가진 자만이 실패를 성공의 도약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으로서의 목표 혹은 조직에서의 목표 또한 중요하므로 무슨 일을 도모함에 있어 그 지향점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큰 뜻을 세웠다면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생길 터,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공부다. 학문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학문을 하기 전에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마음공부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은 조급해지고 학문의 결과가 가시적이지 않을 경우 중도포기하게 마련이다. 어느 것에나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안정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조급한 마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율곡은 그 방법으로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인 욕망을 줄이는 것은 어느 경우보다 어렵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함을 지적한 것이리라. 이러한 마음의 안정은 곧 홀로 있을 때도 삼가 하는 경우까지 나아가게 한다. 겉으로만 덕과 경을 말하면서도 홀로 되었을 때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느 경우에나 본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결국엔 화를 입게 되는 것이라 했다. 사람은 9가지의 잘한 점 보다 1가지의 실수에 냉혹한 법이다. 특히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이 근독(謹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알고 실천하는 길은 학문에 있다고 했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독서를 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유 때문에 율곡에게 독서란 죽어야 비로소 멈출 수 있는 평생의 과업이자 의무이기도 했다. 많은 책을 몇 번이고 되읽고는 했는데, 그 이유는 율곡이 경계하는 책읽기가 한 권의 책도 미처 모두 이해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책에 마음을 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욕심을 자제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가르침을 본인의 것으로 체화하여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독서법이라고 지적한다. 읽은 것은 생각하고 쓰기를 반복하여 반드시 제 것으로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부를 통해 깨달았던 점은 현실에서 적용해야 한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하다는 율곡의 큰 가르침은 평생 자신에게 적용시켜 본보기가 되었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부족했던 선조 곁에서 부단히 노력했던 모습은 귀감이 될 만하다. 끊임없이 군주로서의 도리를 일깨워 주고자 한 율곡의 모습에서 감언이설로 상사의 마음에 들어앉을 생각만 하는 무리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정성이 모아지면 이룬다 했던가.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진성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율곡의 경우 평생의 정성이 당대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지만, 개인에 있어 그리고 이후의 가르침에 있어 뜻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정의 편에서는 이외의 사람으로서 행해야할 여러 가지들을 모았다. 의로움을 가까이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며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모든 이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행함에 있어 어떠한 것들을 경계하고 가까이 두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외에도 독서를 하는 방법, 말을 다스리는 방법 등 이전이나 지금이나 적용되는 주옥같은 가르침이 곳곳을 메우고 있다. 이 모든 가르침을 하나씩만 되새겨보아도 성공의 길은 요원한 것이 아닐 것이다. 곳곳의 일화들과 말씀을 발췌해 놓은 부분 모두 다시보고 외워 익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비로소 실천으로 나타날 때에야 내 자신이 성큼 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대의 지식인들이 당색을 떠나 스승으로 삼고자 한 율곡의 가르침을 오롯이 담은 책을 만났으니, 더없이 영광이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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