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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죽었다
셔먼 영 지음, 이정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의 위기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은 책에 대한 비관론적 시각을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면 이번에는 오롯하게 한 권의 책에 그것을 담아내었다. 저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도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리라 생각된다. 머릿속 생각으로 담아두지 않고, 이 책을 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의 위기라는 시대가 시작되었다지만, 인터넷을 통한 구매활동의 자유로움과 책에 대한 소개 등이 부쩍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책은 더 많이 출간된다고 느끼기에 이 저자의 믿음에 공감이 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저자가 말한 안티 책이라 부르는 책들의 물결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의미 있는 책을 고르기 위한 여정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까? 책이 죽었다고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책이 주는 의미를 고스란히 부활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될 수 있으리라.
책은 위에서도 언급한대로 ‘책은 죽었다’라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된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지식의 보고라고 하는 책은 왜 죽게 되었는가? “책은 출판계가 사상이 아닌 물건을 파는 데 열을 올리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p.26” 이윤 추구의 당연한 결과라는 것인데, 사실 책은 돈벌이가 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돈에 눈이 먼 책들의 눈쏠림이 심해지고 읽을 만한 책들은 줄어든다. 모든 책은 의미가 있다 라고는 하지만, 읽는 도중에 내려놓고 싶은 책이 어디 한 둘 이던가.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우선 책이 주는 의미를 되살려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책이란 무엇인가? 단언컨대 책은 사상기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어떠한 형태이건 사상을 담은 것이라야 한다. 책을 쓴 저자는 사상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갖가지 통계와 출판계의 어제와 오늘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력하는 저자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사상기계라는 점에서 책을 반드시 대형 페이퍼백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서 저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인 음악 공유현상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음반을 모두가 듣게 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책도 수많은 독자들을 양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저자가 말한 천국 같은 도서관은 세계의 모든 책들이 들어있는 가상 도서관인 것이다. 얼마든지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인데, 그러하다면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하겠는가하며 반색하고 있다. 물론 현실의 독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바를 책에서 언급하고 있기에 저자가 그러한 문제점들을 무시하고 내린 결론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시 동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음악의 공유로 인한 음반계의 황폐화를 보면 저자의 의견이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저작권법이 있다고는 하나, 정보의 유출은 막기 어렵다. 개인 정보도 방어벽을 뚫고 새어 나가는 정도가 아닌가. 이전의 절판된 책들, 의미 있는 책들에 다가가기 쉽다라는 의견에도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 상에서 읽히는 글은 여전히 상업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도 이윤을 창출하는 공간인 것이다.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단말기가 책과 비슷한 활자의 크기로 나온다면 생각해 볼 일이겠지만, 여전히 인터넷 상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는 나로서는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시도가 헛된 것은 아니었다. 책의 부활을 꿈꾸는 모든 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