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존 어빙에 대한 찬사가 인터넷 서점의 메인을 채울 무렵부터 관심을 가졌던 소설이다. 글짓기의 목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존 어빙.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솜씨를 빗대어 그를 표현한 것이라면 단연코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 여겨졌다. 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에도 이상하리만치 강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사실 이 책을 읽은 지금에서는 왜 “일 년 동안의 과부”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딱히 추천할 만한 제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특징을 한 줄로 표현하기에는 내용의 넓이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소설가 존 어빙의 작품은 인간의 삶을 통찰한다.”라고 그를 평가한 이에게 동감의 한 표를 던진다. 이 작품도 그러했다. 등장인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소재가 많은 것도 아니건만 방대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우연과 필연의 교차로에서 수 만 가지의 갈림길이 생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일 권에서는 매리언과 테드 콜의 평범하지 않은 부부생활이 주축을 이루고, 이 권에서는 두 부부에게 남겨진 아이 루스의 이야기를 주를 이룬다는 것을 제외하면 굳이 요약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겠다. 허나 역시 저자의 글 솜씨는 대단한 것이어서, 서로 다른 등장인물과 이야기임에도 어느새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소설의 후반부가 되어서야 눈치 챌 수 있을 만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라 여기며 읽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가로 시작했지만, 동화작가로써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테드 콜은 매리언과 결혼 후에도 나이어린 여성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도 어찌어찌 하여 사내 아이 둘과 여자 아이 하나를 얻게 된 그들은 잘 해 나아간다. 결혼생활을 지탱해 주었던 두 사내아이를 사고로 잃은 직후부터 부부사이의 위험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매리언은 사진 속에서 살아간다. 일 권 내용의 대부분이 사진 설명 일만큼 매리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진이었다. 이러한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위태롭다. 두 부부가 그렇고 아이가 그렇다. 이 때 등장한 소년 에디는 매리언과의 성적인 결합과 부부 결별의 매개체가 된다. 후에 에디는 루스 콜의 낭독회에서 루스와 재회한다.

루스의 낭독회라고 했듯이 여자아이는 소설가로 성장했다. 아버지 테드 콜에 비해 소설로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그로 인해 각 국에 홍보 차 가는 여행도 잦다. 대부분은 과부에 관한 글을 썼는데, 열성 팬 만큼 비난하는 독자도 많았다. 미혼이었던 그녀가 과부의 심정을 알 리가 없다며 비난을 일삼는 여인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소설 구상을 위해 유리창 방문을 하던 중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남은 생을 과부로 지내라던 여인의 저주 탓인지 루스는 과부가 되었고 과부로 지낸지 일 년 후에 암스테르담에서 구상했던 소설을 쓰게 된다. 소설이 그녀가 목격자였음을 알리는 단서가 되어 사랑을 찾게 되는 루스의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다. 어머니와의 화해와 사랑의 완성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줄거리를 요약할수록 책에 대한 소개가 덜 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요약이 불가능한 소설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플롯이 될 만한 짜임이 덜하다고 생각되지만, 날실과 씨실이 엮어 지듯이 절묘함이 들어맞는 소설이 이 책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될 수 있겠다. 극적인 반전이나 커다란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의 생각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동감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묘미가 되리라. 책 속 문장을 통해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대신하려 한다.

하리는 주로 소설을 읽었다. 소설에서 인간 본성의 참다운 묘사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리가 좋아하는 소설가들은 인간의 가장 나쁜 행동이 바뀔 수 있다는 암시를 결코 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캐릭터를 도덕적으로 지탄할 때도 있지만, 소설가는 본래 세상을 바꾸는 개혁가가 아니다. 소설가는 평범한 수준 이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야기꾼이고 좋은 소설가는 그럴듯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따름이다.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