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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
수산나 알라코스키 지음, 조혜정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핀란드는 기초 학력평가 및 대학 진학률이 유럽지역의 단연 선두를 내세우고 있고, 경제적 창의성 지수에서는 1위, 국가 경쟁력 지수에서도 1위를 내달리고 있다. 이렇듯 거창한 기록을 내세우고 있는 핀란드인들의 이주기록이라니. 의아해 하면서 책을 들었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양 국가와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했고, 계속 전쟁으로 인해 국가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몇 십 년 전만해도 배급제를 실시해야할 만큼 유럽에서는 경제가 어려운 나라로 손꼽히기도 했단다. 이 글의 배경은 현재가 아닌 어렵던 이전의 시기가 그 배경이다.
핀란드인은 어려운 생활로 스웨덴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때가 많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주인공 레나처럼 핀란드인으로 어린 시절 스웨덴에 정착했다. 주인공 레나는 스웨덴 사람들이 비하하듯 내뱉는 “돼지우리”에 정착하게 된다. 핀란드 이주민의 스웨덴 거주지 위스타드 지역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왔지만 이곳에서도 계속됨을 알 수 있다. 프리드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레나의 이웃으로 핀란드에서 건너온 이주민이거나 저소득층 가족이거나 편부모 가정이다.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지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레나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잘 살게 된 현재에도 변치 않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일인당 술 소비량이라고 한다. 그들은 취하기 위해 마신다고 하는데 이글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 목적을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도 평온하지 못했던 부모와 이웃 어른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잊기 위해, 혹은 기분을 내기 위해 파티를 열곤 한다. 아이들의 양육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부모들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으레 이러한 성장기를 거친 아이들은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거나, 조숙해지거나, 발달 장애가 오는 것. 레나는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아이로 상당히 어른스럽다.
부모는 주기적 알코올 중독자로 그보다 더 나쁜 인간은 살인자라고 생각할 만큼 레나의 삶을 위기 속에 빠뜨린다. 주기적으로 파티를 열고 싸움을 하고 술을 마시는 일이 반복된다. 그 기간 동안 먹는 것은 오로지 술로 집안은 돼지우리처럼 변한다. 소변냄새, 쉰 냄새 등 온갖 악취를 피해 숨 쉬는 방법을 홀로 터득하는 지경에 이르는 가엾은 레나. 주기적인 음주는 비주기적으로 연장되었고 레나의 삶도 피폐해져 간다.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때도 있지만 곧 후회한다. 부모를 사랑하는 레나이므로 상처가 독이 된다. 점점 참기 어려운 상황에 치달을수록 책읽기도 힘이 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음주 주기는 바닷물처럼 나를 향해 일렁거리다가 나를 끌고 가 다른 곳으로 옮겨 놓았다. 나는 이제 그 어느 곳에서도, 소파 밑에서도 평안할 수 없었다. 나는 아파트 정원이나 개를 위한 휴식처에 앉아 괴로워했다. p.374”
어린 레나는 종종 찾아오는 금주기에 돼지우리가 된 집안을 쓸고 닦고 정돈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힘에 부친다. 아무 소용이 없었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레나는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에 가는 날만큼은 현실적인 감각을 지닐 수 있었다.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성장했으나, 그 내면의 의지와 단단함을 잃지 않은 레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레나의 용기를 통해 배운다. 그리고 알코올 중독은 가족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일부 저소득 가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삶에 대한 비관 등으로 인한 알코올 중독이다. 그곳에서 힘겨워 하고 있을 또 다른 레나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레나와 같은 용기와 의지를 잃지 않기를...바라며 곧 나오게 될 후속편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