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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 서 - 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사고방식이 다를까 - EBS 다큐멘터리
EBS 동과서 제작팀.김명진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페일린이라는 미국 부통령 후보 이름이 요즘 계속 눈에 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보다 오바마를 능가하는 듯 보여 질 정도다. 그녀의 행보가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라고 하니 그녀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그녀는 얼마 전 그녀의 고교생 딸이 임신했다는 사실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그녀의 딸이 아닌 그녀에게 있을 뿐이었다. 이제 다시 곧 오바마의 시대로군...예상 했던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문화충격이라고 할 만한 충격 비슷한 것을 받았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나의 예상이 동양 사람의 시선과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동양은 차치하더라도 한국 사람들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총리 후보의 고교생 딸이 임신을 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시대는 달라졌다지만,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물론 선거의 결과 또한 밝지 않으리라는 예상과 함께.
국제면에서 보이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름과 같음을 발견하고는 한다. 요즈음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하나의 국가에서만 통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러해야 함을 인식하게 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그렇지만 역시 사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그 못지않은 문화적인 다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동과 서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다.
서양은 미국과 유럽, 동양은 유교문화권의 나라들이라고 보고 둘을 비교분석한다. 평소 우리가 갖고 있는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검증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각각의 실험은 아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설득력이 있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동양의 기와 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는 사진이 나았다. 서양의 것은 표현이 쉽고 동양은 그렇지 못한 것과도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서양은 물체위주로 보기 때문에 각각이 독립적이지만, 동양은 물체와 물체는 연결되어 보기 때문에 독립적이지 못하다. 이는 곧 관계를 중요시 여기게 되는 문화를 발달시킨다. 그래서 서양에는 유독 명사가 발달했고, 동양은 동사가 발달하게 된다. 살인사건을 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는 극명하다. 동양의 신문에서는 살인사건과 관계없는 범죄자의 일대기가 장황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자주 본다. 교통사고를 통해 비교해 본 것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사고로 인한 주위사람들의 시선에도 신경을 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질타를 막지는 못한다. 서양에서는 길을 막고 있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그 길을 선택해 막힌 길을 만난 그 사람의 잘못이기 때문에 죄책감을 덜 느낀다고 한다. 미안함을 느끼는 것의 여부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동양의 이러한 문화는 사건을 이해함에 있어 주변이나 관계를 모두 중시하기에 고맥락적 사고라고 본다면 서양은 사건 자체를 중시하기에 저맥락, 탈맥락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서양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여겼던 사고보다 관계나 사건 저변의 무엇인가를 함께 고려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이 더 좋게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갖는 것은 이 책의 취지에 맞지 않다. 처음 예시로 든 페일린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관계를 중시하다보면 개인의 장점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부통령으로서의 그녀의 자질을 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지 말이다.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해 다름으로 인한 분쟁을 없애는 것에서 나아가 동양의 장점과 서양의 장점을 가려내 취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이마저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동양의 사고인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동양인 중 하나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멋쩍은 웃음이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