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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은 읽을수록 꼬리를 물고 읽게 된다. 한 책에 언급된 책이 궁금해지고, 읽은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진다. 지식이 늘수록 새로운 지식이 눈에 보이게 된다. p.233』
나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부분이기에 발췌해 적어둔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도 이와 같지 않았나 싶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요즘의 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나 북살롱이나 저자와의 만남 등은 시간을 쪼개기도 어렵거니와 내성적인 성향으로 찾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항상 주저하고 마는 경우가 섭섭해 그러했을 수도 있다. 솔직하자면 저자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속에 숨어있을 책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책 소개는 물론이거니와 평소 좋아했던 저자들의 이야기는 큰 소득이었다. 책을 읽을 때에도 저자들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방법인데, 이 책은 이를 돕고 있다. 책에 소개된 글쟁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한국의 쟁쟁한 글쟁이들이다. 인터뷰 형식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18인이라는 다소 많은 글쟁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짧지만 글쟁이들의 면모를 살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글쟁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고는 했지만.
끊임없는 독서와 연구의 결과 전방위 지식경영인이라 불리우는 정민교수는 최근 만난 책의 저자이기 때문인지 관심이 절로 가는 글쟁이다. 그의 창조적 저술행위가 끊임없는 독서의 결과라는 점이 맘에 든다. 책읽기야 말로 자신을 가꾸는 제일의 방법이라는 생각에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이덕일씨는 내게 최고의 글쟁이다. 역사를 재미있다고 느끼고 가르치기도 이러해야한다고 느끼게 했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가 쓰는 책은 언제나 사람냄새가 난다고 할까. 화석처럼 굳은 역사가 아닌 말랑말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그의 말에서 확신한다. 역시 이덕일이라고.
“시대정신을 추구하다 불행하게 돌아가신 분들에게 애정이 많이 가는 편입니다. 책으로 그런 분들의 한을 풀어준다고나 할까, 그게 보람입니다.”
한비야씨도 내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었던 사람 중 하나다. 짧지만 강력한 힘을 지닌 글귀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때로 채찍이 되기도 하는데, 그녀의 성격처럼 거침없이 휙휙 써내려갈 듯 했지만 퇴고과정을 비유한 부분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교정지가 ‘딸기밭이 되는’정도가 아니라 ‘불바다가 될’ 지경이라니 말 다했다.
더 적어두고 싶지만 하고픈 이야기가 너무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소개하자면 길어져 버리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할까. 다행인 것은 하고 있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이 최고 글쟁이가 된 비결은 어렵지 않았다. 독자와의 ‘소통’을 최고로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책의 존재이유인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어려운 말만 해대는 책은 이기적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읽기 쉬워야 한다. 뻐기지 않는 글이 독자와의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저자들이 최고 글쟁이가 될 수 있던 배경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전문적인 내용이라고 한다면.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뒷받침된 결과였다. 아직 한국의 출판사정이 그리 밝지 못해 이들의 행보가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전에도 밝혀두었지만, 짧은 이야기로 아쉬웠던 부분은 앞으로 저자들의 작품을 통해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