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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릴라는 왜 핸드폰을 미워할까? 답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으리라는 예상이다. 이 책은 지구를 살리는 여러 생각 그리고 나아가 실천을 담은 책이다. 지구가 멍들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실천해야하는 당위성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니나, 일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지구는 점점 더 힘들어 하고 그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왜 사람들은 멈추지 않고 변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지구에 원한이 많기라도 하단 말인가? 내 생각은 상상력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버리는 모든 행동에 대한 결과를 상상해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러한 상상을 돕고 있는 책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 행태에 대한 결과를 지엽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낱낱이 고발당하는 느낌이다. 모르게 혹은 알고 있지만 무심하게 했던 행동들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 내고 변화를 가져다주는 책이기도 하다.
다시 고릴라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프리카 콩코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마운틴 고릴라의 서식지가 내전의 중심지로 변해 버렸다. 이유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콜탄이라는 광물 때문인데, 콜탄을 정련하면 나오는 탄탈은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사용되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군은 고릴라를 잡아먹거나 정부군에 몰살시키는 협박을 하기도 하면서 그 곳의 콜탄을 팔아 전쟁비용을 충당한다. 마운틴 고릴라가 멸종의 위협에 처해있는 이유가 휴대전화의 세계적인 수요증가라고 본다면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용이 가능해도 신제품 혹은 보상판매의 유혹에 이끌려 핸드폰을 바꾸던 세태는 결국 고릴라를 멸종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었다.
만원으로 세상을 구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가상승으로 요즘 만원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세상을 구하다니? 만원으로 세상을 구할 수도 있었다. 저자는 ‘필리핀 미군기지 만 원계’의 계주로서 만원으로 세상을 구하고 있었는데 미군기지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미군기지가 있던 필리핀 루손섬의 마을 사람에게 곗돈을 모아 보낸다. 끈질기게 철수하지 않던 미군이 그 지역의 화산폭발로 인해 철군을 할 당시 폐유와 유해화학물질을 땅속에 묻는다. 화산폭발로 인해 난민이 된 주민들은 미군기지에 난민촌을 만들어 생활하게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이 죽고, 임산부들은 유산이 되었으며 사람들이 병을 앓았다. 더 큰 문제는 세대 간으로 피해가 이어져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오염된 지하수였는데 필리핀 정부의 힘으로는 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자 곗돈을 모아 보내게 된 것이다.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세상구하기의 방법은 있었다. 아니 놀라울 정도로 많다.
이외에도 종이를 마구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티셔츠를 입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물은 왜 아껴야 하는지. 왜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면 안되는 지 등등 여러 사례가 언급되어 있다. 이 책은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어떻게 실천해야하는지 나는 지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다. 친절하게도 그 부분만 발췌해서 메모해 두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다. 몇 가지 적어본다.
• 계곡에 발을 담그면 1급수 맑은 물에만 사는 물고기들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다.
•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주어도 사람의 체온 때문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 가전제품을 살 때는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고른다. 1등급 제품을 쓰
면 5등급보다 에너지30%를 절약할 수 있다.
• 출력이나 복사를 하기 전에 꼭 필요한 서류인지, 필요한 만큼만 하고 있는 것
인지, 3초만 생각해본다. 문서는 될 수 있으면 모니터로 보고, 여럿이 공유해야
할 문서는 한 부만 출력해서 돌려 읽는다.
• 텔레비전 리모컨을 한 번 누르면 3W가 소모된다. 채널을 자주 바꾸지 말자
• 전기장판이나 전기온돌 같은 전열제품을 쓰지 않는다.
• 세제를 많이 넣는다고 세탁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표준사용량을 지키
는 게 중요하다. 찌든 때는 손빨래를 한 뒤 세탁기에 넣는다.
상투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중요치 않게 생각될 수 있다.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조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어보라. 나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너무도 많고 또 쉽다. 저자가 우려했던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정도로 일을 키우지 말자.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구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