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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기심 - 짝짓기부터 죽음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심리실험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 / 한겨레출판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스펀지’라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는데, 가끔 홀맨처럼 위생복을 입은 엉뚱한 도우미들이 나와 실험을 진행했던 것을 기억 한다. 도우미들의 독특한 복장과 행위들이 호기심을 자극한 바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 실험의 주제가 독특했기 때문에 자주 보았었다.
이 책 위험한 호기심도 다소 엉뚱하고 독특한 주제와 실험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은 위험한 호기심이라지만 위험하다기 보다는 엉뚱하고 이상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실험들이 많은데, 저자는 과학책을 읽지 않는 독자가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역시 과학적으로 설명이 명쾌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총 10개의 부문으로 실험들을 분류해 놓았고 대개의 실험들은 2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힌다. 하나의 실험에 흥미를 느끼고 읽어 가다보면 한번 읽기를 마칠 수 있을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실험 한 가지, ‘원자력 시대의 전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 정도에 따라 전투력이 달라지는 군인들이 실험 대상이다. 세 가지 상황을 주고 언제 더 공포를 느끼느냐를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방사능 유출이 된 경우, 산불이 난 경우,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의 경우(아직 어디로 떨어질 줄 모르는 상황)가 그것이다. 가장 공포를 느끼지 않는 상황은? 방사능 유출이 되었다고 한 경우였다. 저자의 한 마디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젊은이들은 과학 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이 실험이 전하는 교훈은 분명했다. 만일 극대화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은근한 작전은 좋지 않다는 것. 귀청이 터질 듯한 폭탄이 최고다.” 이런 식이다. 실험도 흥미롭지만 저자의 유머가 눈에 띄는 책이라고 할까.
영혼의 무게는? 0.75온스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인간의 영혼에 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죽기 직전과 후의 무게를 재어 증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시간이 다양한데, 느릴수록 성격이 느림을 증명하는 것이라나 뭐라나. 참고로 개가 죽기 전과 죽은 직후의 무게가 변하지 않자 개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럴싸하다.
이 책에 나온 실험들이 가령 과학적 사실이라거나 이상한 실험이라도 검증되었기 때문에 과학이다라는 막무가내 식이 아니다. 저자는 상당히 객관적으로 실험의 경과나 결과에 대해서 유머를 담은 일침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세상의 다양한 호기심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간혹 요즘 읽은 책들의 내용이 나오거나 비슷한 호기심을 가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끝맺지 못한 실험들에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유쾌한 책읽기였다.
『실험이란 늘 이런 식이다. 과학자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훨씬 더 흥미로운 사실에 맞닥뜨린다. 이런 이유로, 훌륭한 과학자는 실험하는 동안 일어나는 신기한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로 위대한 발견을 하려면 등잔 밑, 아니 칼날 밑을 잘 살펴야 한다.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