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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락쿠마의 생활 - 오늘도 변함없는 빈둥빈둥 생활 ㅣ 리락쿠마 시리즈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부광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강연회에서 소설가 이외수님이 '여백의 미'에 대해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책 속의 여백 또한 읽는 이들을 위한 설치물이라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그 계기가 뜻밖이기도 하면서 조금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는데, 바로 요즘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있는 '하악하악'에 대해 여백이 많다며 그에 비해 책값이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독자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그에 대해 "책에 글자 수가 얼마 없다고 가치 없는 쓰레기라고 욕하는 사람은 글자 수 많은 전화번호부를 사 보는 것은 어떠냐"며 비꼬기도 했다. 갑작스레 이 일화를 담은 이유는 바로 이 책도 그러한 독자들의 항의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는 남모르는 우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작고 얇으며 한 장에는 큰 그림, 그리고 옆 페이지에는 한 줄 분량의 글을 담고 있다. 빨리 읽고자 한다면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반면 이외수님의 지적처럼 여백 또한 읽는 이들의 설치물이라고 가정해본다면 여백 또한 읽을 거리임에 분명하다. 한 줄의 글이지만, 글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일기 쓰기를 즐겨하는데, 어느 날은 여백이 없이 빼곡하게 하루를 채울 수 있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날은 한 줄로도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책의 내용이 많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책의 주인공은 캐릭터 강국 일본의 캐릭터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리락쿠마인데, 영어단어인 relax와 일본어로 곰을 지칭하는 Kuma의 합성어인 '리락쿠마'는 귀차니즘 곰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몰고 있는 이유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곰 녀석이 귀차니즘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이고 또한 잽싸게 변해야 살아남는 시대이지만 뭔지 모르게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우리의 모습과 심하게 닮았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리락쿠마가 마냥 빈둥대고 있기 만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꿈은 가지고 있긴 한데, 리락쿠마의 명성답게 아직 시작하지 못할 뿐이다. 꿈을 가슴에 품고 단지 조금의 여유를 부리고 있을 뿐이다. 리락쿠마가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이 친구, 욕심 부리고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가끔은 리락쿠마가 되어 보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