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추악한 배신자들이라...

조선의 추악한 배신자들 -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13인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배신자들은 있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신념인 때문도 있었다. 당시에는 옳은 일이라 여긴 일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그른 일로, 그른 일이라 여긴 일도 오늘 날에 와서는 새로운 조명을 받는 일도 있다.

각 시대와 나라마다 그들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달랐지만, 오늘 날 우리의 역사를 통해 과거를 통한 현재와 미래 배우기라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그 맥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러한 움직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5인, 여인세상(외척의 발호로 인한 혼란)을 만들었던 왕후들, 조선을 역사에서 퇴장시킨 5인방 등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이 워낙 많은 인물들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고 한 덕에 깊이가 없어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대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나열한 것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는데, 그러한 사실의 나열과 제목의 연결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을사오적을 제외한 몇몇의 인물은 사실 아직까지도 그 행위에 있어 옳고 그른 점이 갈라지고 있기 때문에 추악한 배신자라고 뭉뚱그려 평가하기엔 섣부르지 않나 하는 우려도 가져본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하지만,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역시 책을 읽으면 읽는 동안 혹은 다 읽은 후에 생각해 볼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배울 점이 있다.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하는 일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을 가려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하는 일이다. 이들의 공통점이야 말로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라는 점이라고 보여지니 말이다. 조선 시대에는 백성들 대부분이 선택권이 없었다. 나랏일은 고관대작들의 일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면책권을 줄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다르다. 국민주권시대인 오늘날의 모습이 그 옛날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에는 한탄할 수  밖에 없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 말과 행동만 고집하는 사람, 여론의 평가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먼 훗날 대한민국의 추악한 배신자들이란 책의 등장인물이 될지 모른다. 그 때에는 조선시대의 백성들에게 주어진 면책권이 우리에게 통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