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스매싱
페테르 발락 지음, 김상열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스웨덴의 청소년은 어떠할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열었다. 천국으로 스매싱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테니스 소년이 주인공이다. 아직 6학년으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6학년을 떠올려 보면 될 듯하다.

 상냥하지만 잔소리가 많은 엄마, 잔소리도 없이 한없이 상냥한 아빠, 사춘기를 겪고 있는 듯 부루퉁한 누나, 귀여운 벳시와 함께 단란하면서도 그 시절 특유의 상상과 테니스에 대한 생각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소년의 일기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행복한 기운에 미소가 살짝 걸린 채 책읽기가 계속된다.

 엄마랑 테니스화를 고르러 가서 너무 꼭 맞는 신발을 산 것이 문제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피가 흐를 정도로 고통스러운 새 테니스화를 산 것을 후회에 보지만 너무 늦었다. 결국 쓰레기통에서 헌 테니스화를 꺼내오는데, 그 과정이 또 만만치 않다. 더 큰 난관은 이 사실을 엄마에게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지 훤히 알고 있는 엄마를 말이다.

 엄마는 이모와 외할머니와 함께 장례식에 다녀온다는 말을 하고 벳시의 산책을 맡긴다. 그마저도 귀찮은 주인공 욘은 누나와 서로 미루기만 할 뿐이다. 결국 엄마에게 보인 마지막 모습이 되고야 말았다. 엄마는 돌아오는 길에 차사고로 죽게 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은 욘에게도 책을 읽는 내게도 멍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온 엄마의 죽음.

 준비 없이 찾아왔기 때문에 더없이 고통스러운 남은 가족들. 가족들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라 했던가. 남은 가족들은 약간의 무리가 있지만,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그러나 곳곳에 남아 있는 엄마와의 추억이 불시에 떠올라 괴롭다. 책을 읽는 동안 상상해 보지만, 역시 상상으로도 힘든 경우다. 엄마의 죽음이란 주제는.

 테니스를 포기할 정도로 흥미를 잃어버린 욘. 아빠도 별말 없이 받아들이고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아빠가 짐정리 도중 발견한 상자를 들고 욘에게 내민다. 상자 안에는 새 테니스화가 들어 있었던 것. 지난 번 새 테니스화가 꽉 조이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혹은 욘이 헌 테니스화를 쓰레기통에서 주워들고 온 날부터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그런 욘을 위해 새 테니스화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왈칵 솟는 울음이다. 엄마의 사랑이 이러함을 알지만, 역시 글자로 읽을 때에도 알아챌 수 있다. 엄마의 사랑에 감동한 욘은 테니스 게임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면서 소설이 끝난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치유해 나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내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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