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 오백년사 - 왕비를 알면 조선의 역사가 보인다
윤정란 지음 / 이가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여성주간이었던 (7월1일~7일) 지난주에는 한국 여성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통계들이 잇다라 발표되어 그 즈음 이 책을 들고 고심하고 있던 내 관심을 끌었다. 지난 해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이 68%에 달했다고 하고 여성의 변호사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도 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파격적이라는 뭇 사람들의 사고를 반영한 결과다. 그동안 남자들이 주를 이루어왔던 그 분야의 합격자 비율을 그리 중요치 않게 여긴 것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보도 이면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열악한 여성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현대의 지금이 여성들의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되어지는데도, 여전히 여성은 사회의 약자이다.(물론 젠더를 향한 인식의 다름으로 대립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그나마도 예전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라고 하니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여성의 지위가 유교적인 국가관의 결과로 인해 조선시대에 수직 하향했던 사실은 조선의 사상마저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물론 우리 역사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나 역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것은 또한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리라.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의 지위가 높고 낮고를 떠나 불운한 시기였다하면 그녀들의 삶을 감정이입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그녀들의 삶을 한 사람 한 사람 짚어나가다 보면 개인화된 삶을 통해 감정이입이 가능해져 책 읽기를 하는 동안 내 삶이 된 것처럼 생생한 경험이 가능하다. 책 읽기의 가장 즐거운 부분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태종의 비 원경왕후 민씨와 세종의 비 소헌왕후 심씨는 강력한 왕권을 추구하는 태종에 의해 집안이 도륙 당한다. 자신의 부모형제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손쓸 수 없는 현실이 아마도 그녀들의 가슴을 타들어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 많은 그녀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가슴 어딘가가 쿡쿡 쑤셔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종의 아내였으나 왕비로써는 살아갈 수 없었던 단경왕후 신씨의 사연 또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지아비로 섬기고 아꼈던 중종은 더 이상 지아비가 아니게 되었다. 그 이후의 신씨의 삶은 조선의 여인네의 삶 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그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문정왕후 윤씨나 명성황후 민씨처럼 조선의 여성으로서는 볼 수 없는 권력을 가지고 국정을 논하기도 했다. 그녀들의 정치운영은 때로는 섬세하고 명민한 것이어서 혜안을 가지고 그 시대의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후에 만나볼 수 있는 조선의 평가는 냉혹한 것이었다. 외척 세력의 발호로 정치기강이 문란해진 것을 큰 요인으로 볼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녀들을 바라보는 조선의 인식이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닌가 싶다. 

 비단 조선의 여성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즈음 출판되고 영화로도 유명해진 헨리8세의 여인들을 보면 당시 궁정의 여인들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살해당하고 이용당하기도 한다. 물론 조선의 여자들만큼 자아 자체를 부정당하는 극단적인 겨우는 아니지만 으레 여성들은 남성의 그늘 아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의 여성들이 이 시대의 왕비들의 삶을 경험한 뒤에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적는다. 역사의 가장 큰 강점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비록 억압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여성으로서 그녀들이 택한 선택이 그 시대에 있어서는 현명하고 사리바른 판단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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