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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사진의 주인공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08년 6월 21일 “한국에 수출될 미국산 쇠고기 중 한·미 양국의 합의를 어기는 선적분이 발견될 경우 한국 정부가 취할 (제재) 조치는 그 제품과 회사에 한정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 농무부는 (한국에 수출되는) 쇠고기 월령을 검증하기 위한 자발적 시스템(QSA·품질체계평가)을 가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수억 명의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이 먹는 것과 똑같이 안전하며 가격이 알맞은 양질의 쇠고기가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쇠고기 수입업체와 미국 수출업체가 한국 소비자의 신뢰 향상을 위한 과도적인 조치(a transitional measure)로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한국에 선적하기로 상업적 합의(a commercial understanding)를 했다”고 밝혔다.
네브래스카주 출신인 벤 넬슨 상원의원도 “국제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합의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을 고려할 때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일간지의 기사 내용을 발췌한 내용이다. 한 달여 동안 지속되는 촛불 집회로 압박을 받은 정부가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다. 웃음이 저절로 나오지 아니한가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 광우병의 위험에서 잠시 비껴났을 뿐, 이제는 매년 지속적으로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0157:H7대장균에 의한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의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한 동물보호운동가인 게일 A. 아이스니츠가 미국 곳곳의 도살장, 붉은 고기(소, 말, 돼지, 양) 도살장과 가금류(닭) 처리 도살장의 실태를 파헤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물 보호 차원에서 시작되어 도살장 인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동물들의 도살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동물살해 수준으로 치닫는 현실을 밀착 취재했다. 살아있는 소를 작업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때려죽인다든지, 때려서 고통을 가한 후에도 살아있는 소를 걸쇠로 걸어 산채로 껍질을 벗기거나 몸통을 자르는 일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돼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닭의 사정도 마찬가지인데 살아서 살해당할 때까지 더러운 닭장 안에서 불구의 신세로 고통을 당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한 글은 차마 더 이상 담을 수 없어 다음 독자를 위해 남겨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부분은 동물의 고통 그리고 다른 한 부분은 처리 공정에서 심각한 질병이 있는 가축들을 그대로 도살하고 있으며 그 공정 또한 지나치게 더러운 작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점이다. 하수구에 쌓인 가축의 토막이나 내장, 그리고 고름과 같은 이물질 등 위로 떨어지는(가끔은 산채로) 가축을 그대로 씻지도 않고 처리되고 있는 과정은 구역질이 절로 솟을 지경이 되었다.
얼마 전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부제를 가진 조류독감을 읽은 적이 있다. 지구적 규모의 축산업 방식은 야생 조류 장속의 바이러스를 가금류의 장으로 옮겨왔으며 이제는 인간에게 그 영향이 미쳐 발생한 것이 조류독감이라는 것이다. 이 글 속에 닭의 내장을 떼어내는 공정에서부터 찢긴 내장의 고름 등이 한웅덩이에 씻겨져 처리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조류독감의 전파에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된다.
이윤추구와 이익의 극대화 등의 인간의 욕심에 의해 인류는 전염병에 노출되었으며 지금이 그 적절한 시기와 일치하는 듯 보인다. 『조류독감』의 저자는 지구적 규모의 농업 자본주의로 인한 그 폐해가 대도시 슬럼가나 저소득국가의 슬럼화 된 도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를 즐기는 이들은 현대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라는 사실을...설익은 쇠고기를 먹고 0157:H7대장균에 감염되는 이들은 치명적인 고통을 당하고 죽는다. 예 하나를 더 들자면 우리 나라에서 여느 잔칫집에만 가도 즐길 수 있는 육회는 그만큼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설익힌 쇠고기가 그 정도인데 육회를 즐기는 우리는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이 비인간적이고 불결하고 더러운 공정과정에서(저자는 이러한 공정은 지나치게 많은 소나 가축을 짧은 시간에 하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초래된 결과라고 하니 광우병을 넘어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 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수억 명의 미국인 먹는 것과 똑같이 안전하다는 말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그들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개인의 지나친 이기심과 이윤추구로 등장한 현대의 정부는 그들을 제어하기는커녕 그들의 이익을 돌보느라 국민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삭혀지지 않는다. 지금 이 시기에 모두 한 번 쯤은 꼭 읽어보아야 하는 필독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