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세계대전사>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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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세계대전사 (양장)
존 키건 지음, 조행복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직도 지구 곳곳에는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쟁은 그 자체로 끔찍한 일이다. 인간의 이성이 고도로 발달한 인간사회에서 이성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전쟁이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서 모든 나라가 전쟁의 참상에 자의적으로 또는 타의적으로 관여하게 된 세계대전이 2차례나 있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양차 세계대전 중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은 3,7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사상 유례없는 잔혹한 전쟁으로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간 최초의 세계전쟁이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현대를 탄생시킨 중요한 전쟁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전쟁 발발부터 종전까지 연대기 순으로 총 10장에 걸쳐서 제1차 세계대전을 소개하고 있다. 1장, 2장에서는 19세기 후반기 유럽의 정치, 군사, 경제적 상황을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고, 3장에서는 그 유명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4장 이하에서는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일어난 전투를 유럽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유럽 본토 이외의 열강의 식민지에서 벌어진 전투로 나누어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모든 것을 아주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두툼한 양장본을 받아보고는 그 무게감과 분량에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며 잠시 멈칫했지만,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면서 그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풍부한 각주와 당시의 상황을 담은 소중한 사진, 그리고 전쟁의 각 국면을 담은 지도 등은 책의 재미를 더해주며 책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었다. 전쟁사에 대한 책들에 으레히 등장하는 전술, 전략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의 지도력 등을 소개하는 이외에, 당시 참전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겪었던 내용을 담은 목소리까지 실어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제1차 세계대전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사방의 어두운 포탄 구덩이에서 부상자들의 신음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못 이겨 흐느끼는 가늘고 긴 신음소리와 절망감에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수십 명의 중상자들은 안전을 위해 새로이 난 포탄 구덩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했을 것이다. 무섭도록 자명했다. 그러나 이제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움직일 힘이 없었던 그자들은 서서히 익사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잔혹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팔과 다리가 잘린 채 동료들이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으며 누워 있는 [병사들의] 울음소리였다. 이들은 잉크처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죽은 자들 사이에 누워 외로이 끔찍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던햄은 내 옆에서 조용히 훌쩍거렸고, 모두 비참한 울음소리에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본서 제514,515쪽 참조)
제1차 세계대전도 이제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저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로만 비쳐질 정도다. 제1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종결되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가지는 잔혹한 참상을 이해하고 현대를 숨쉬는 우리에게 있어 전쟁이 가지는 의미를 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나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1998년 초판이 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책으로, 전쟁사와 현대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전쟁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라고 한다. 그 말이 그저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하는 책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제1차 세계대전을 아주 잘 정리해 두고 있어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이 한 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제1차 세계대전 - 폴그레이브 맥밀런 지도로 보는 세계전쟁사 1/매슈 휴스, 윌리엄 J. 필포트 저/생각의나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제1차 세계대전 1914-1918, KODEF 세계전쟁사 1/마이클 히키, 제프리 주크스, 피터 심킨스 저/플래닛미디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방의 어두운 포탄 구덩이에서 부상자들의 신음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에 못 이겨 흐느끼는 가늘고 긴 신음소리와 절망감에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수십 명의 중상자들은 안전을 위해 새로이 난 포탄 구덩이 안으로 기어 들어가야만 했을 것이다. 무섭도록 자명했다. 그러나 이제 물이 차오르고 있었고, 움직일 힘이 없었던 그자들은 서서히 익사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잔혹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팔과 다리가 잘린 채 동료들이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으며 누워 있는 [병사들의] 울음소리였다. 이들은 잉크처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죽은 자들 사이에 누워 외로이 끔찍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던햄은 내 옆에서 조용히 훌쩍거렸고, 모두 비참한 울음소리에 측은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제514,5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