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지음, 클라우스 트렌클레 그래픽, 서정일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TV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아이티 어린이들이 먹을게 없어 진흙으로 구운 쿠키를 과자라며 먹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지구 저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사람들, 그로 인해 가정은 파괴가 되고 아이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실은 세계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세계화’라는 말이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 우리에게 알려진 세계화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큰 광풍을 몰고 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는 무한 자유 경쟁 사회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정도로만 이해하였으나, 그 이후 세계화는 자본이동의 자유화, 무역장벽의 철폐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모습을 띠면서 한미 FTA 등 우리에게 많은 경제적인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세계화는 실은 국제적으로는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가진자들을 위한 자기네들의 잔치였다. 그 결과로 현재는 전세계적인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세계화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으며 사회불안과 불신만을 양산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세계화가 무엇인지, 그 실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와 자료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는데, 최근 한미 FTA와 관련해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나마 세계화에 대한 실체가 조금씩 소개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내용과 전문적인 용어나 경제학적인 용어로 가득하였고 이데올로기적인 면을 강조하여 선뜻 다가가기 힘든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되는 이 책은 그와 같은 난점을 극복하고자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배제하고 지은이들이 10년간 세계화와 개발정책에 관해 수집한 데이터와 방대한 자료들을 그래픽과 통계자료로 식량, 건강, 교육, 환경, 무역, 외채, 평화, 인권 등 14개의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한 장황한 설명대신 간단한 소개와 사실에 근거한 그래픽, 통계, 시사 보고서 등으로 책을 읽는 이들이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사실의 연관성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가 전 세계 재산 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인구 26억 명은 하루에 채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며(본서 제20쪽 참조), 매시간 유아 1,250명이 사망하고(개발도상국 어디엔가는 영양실조와 의료시설 부족으로 3초마다 아이가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 이산화탄소 330만 톤이 방출되며, 땅 630헥타르가 사라지고, 밀림 1,500헥타르가 벌목으로 사라지며, 식물 4종이 멸종되고 있다(본서 제30, 31, 154쪽 참조).” 라는 수치는 자못 충격적인 내용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내용들을 그래픽과 수치로 보여줄 뿐 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화와 개발정책에 대한 사건과 그래픽 등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지구촌 불평등의 모순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폭력, 인권 침해, 빈부 격차, 식량, 의료, 교육, 환경 문제 등 세계화의 참혹한 현실은 해당 국가와 그 주민들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와도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공정무역 커피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나 각종 소비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작은 실천일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와 같이 내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작은 일들에서 실천을 하는 것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과학이론인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내가 하루 하루 생활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일들이 실제로는 세계화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다.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일들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들을 일깨워 주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세계화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 중에서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이라도 실천을 해보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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