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화 순례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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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 제1호 남대문을 화재로 소실하고 말았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남대문이 불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우리의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소잃고 외양간고친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제와서 고쳐본다고 남대문이 돌아오겠는가? 단지 예전의 모습을 복원한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환기시켜 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말만 국보니 보물이니 하면서 실제로는 그 내력이나 기원,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파리, 뉴욕, 도쿄 등 해외 유명 유적지에 대해서는 마치 큰 자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해박한 지식을 뽐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나라 유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외국인들도 한국의 문화가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를 섞은 문화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또한 서울에 있는 문화유산을 둘러보더라도 제대로 알고 둘러보는 사람이 드문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지은이는 서울의 문화유산을 애정을 가지고 둘러보고 있다. 지은이는 문화유산을 둘러보면서 그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체로 글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주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문화이자 모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지은이는 먼저 남산에 올라가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서울이 어떤 원리에 의해 건설되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14세기 말 조선의 건국과 함께 우리 역사의 중심이 되어 현재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수도로 자리잡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경복궁, 북촌, 창덕궁, 국사당, 종묘, 성균관, 조계사, 인사동을 차례대로 둘러본다. 창덕궁가 종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일 정도로 그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나온 서울의 문화유산에 대한 책들이 거의 대부분 마치 국사책처럼 쓰여진 점을 지적하고, 그 문화유산에서 살다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역사는 고대 유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은이의 글쓰기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경복궁에서는 임금과 왕비들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북촌에 모여산 양반들은 어떤 식으로 살았을까, 성균관 유생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등 실제로 살아가는 그 속에서 몸담고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한 곳인 홍대앞을 찾아간다. 지은이는 단순히 과거 문화유산만을 다루지 않고 현재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서울의 모습도 담으려고 하였다. 지은이는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곁을 지켜온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소개하며 여태까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온 서울의 진정한 모습과 문화적인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있다.

또한, 지은이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소개하는 것 이외에 문화유산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경복궁에서는 그 곳에서 산 왕의 마음과 눈으로, 북촌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마음과 눈으로,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에서는 왕비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제대로 된 문화유산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내가 이때까지 얼마만큼 우리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언제 건립되고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와 같은 형식적인 것에만 치중했지, 그 문화유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나 가치는 몰랐던 것이다. 이 한마디에 이 책의 모든 것이 담겨진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은이는 더 이상 우리들의 민속신앙인 무교를 외면하지 말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종교의 하나인 무교를 개방적으로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무교를 저급한 것으로 취급한 것이 맞다. 실제 우리의 모습을 억지로 감추려고 한 것이다. 무교를 잘 다듬어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우리네 모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가슴아팠던 것은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우리네 문화유산에 대한 파괴행위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우리네 문화유산에 대한 또 다른 파괴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예 방치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애정을 가지고 우리의 뿌리를 찾아보는 여행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서울시에서는 경복궁의 본모습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고, 불타버린 남대문에 대한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가기관에 의한 문화유산 지키기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 의한 문화지키기가 더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애정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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