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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어 옮김 / 창비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뉴스에서 중3이 예전의 고3처럼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요즘은 특목고를 지원하기 위해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는 학교를 자퇴하고 아예 입시학원에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런 뉴스를 볼때면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학부모, 학생, 교사 그리고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총체적인 난맥상인 것이다. 누구나가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돈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기왕이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남들보더 좀 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게 그게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지만 이것처럼 강한 유혹도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저마다의 재능이 있고 저마다의 생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육은 모두를 일렬로 세워 등수를 매겨 이 사회에 내놓으려고 한다. 잘못된 것인 줄은 알지만 누구하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교육이라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이다. 현 참여정부에서도 교육부 장관이 얼마나 많이 교체되었는지는 이런 교육의 어렵운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을 읽으면 아마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공부해서 어떻게 살아가냐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당시의 시대상과 지금의 시대상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목적은 뚜렷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면 경제적으로야 당장 자신에게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본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만 자꾸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선인들이(이 책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학자들을 선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두고 있다. 편역자가 이 책의 서두에서 “동아시아 학문론에서는 삶의 과정 그 자체가 바로 공부의 과정이며, 삶과 공부는 별개의 것으로 분리되지 않는다.‥‥‥공부란 특별한 것이거나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며,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해나가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향상시키고, 세상을 밝히며, 인간과 우주의 도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본서 제6쪽 내지 7쪽 참조)라고 밝힌 것이 어쩌면 이 책에서 선인들이 이야기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요지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젊은이는 집에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와 친해야 한다. 이를 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학문을 한다.”,“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 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공자의 말에서부터
“공자께서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말씀하셨다. 배운다는 것은 일을 익혀 참되게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대저 성인의 학문은 마음에서 찾지 않으면 어두워져서 얻지 못하는 까닭에 반드시 생각하며 그 미묘한 것을 통해야 한다. 그러나 일을 익히지 않으면 위태로워져서 불안한 까닭에 반드시 배워서 실천해야 한다. 이처럼 생각함과 배움은 서로 계발해주고 서로 도움을 준다.”라는 이황의 말과
“아래로 사람의 일을 배운 다음, 위로 하늘의 이치에 통하는 것이 학문에 나아가는 올바른 순서이다. 사람의 일을 버리고 하늘의 이치만 말하는 것은 입에 발린 이치이고, 스스로를 돌이켜 보지 않고 지식만 주워 모으는 것은 진정한 학문이 아니다. ”라는 조식의 말,
그리고 “나는 천성이 글을 좋아한다. 그러나 종일토록 고심하여 글을 읽어도 실오라기 하나 곡식 한 톨도 내힘으로 생산하지 못하니, 어찌 이른바 하늘과 땅 사이의 한 마리 좀벌레가 아니겠는가.”라는 이익의 말까지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선인들의 오랜 삶을 통해서 배어나온 공부에 대한 생각은 지금의 우리 교육계 현실에 대한 좋은 답이 될지도 모른다.
학교는 한창 예민한 시절인 청소년기의 인격이 형성되는 곳으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사람이 되어가는 사회를 배워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학교가 이제는 공부만 하는 마치 입시학원처럼 되어가고 있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번지고 있는 지금 우리의 서글픈 현실에 대한 답은 참된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부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탓 때문일거다. 이 책이 더없이 소중하게 와닿은 것은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한다. 짤막짤막한 글들이지만 그 글들에 담긴 정신은 오랫동안 되씹어보며 우리들을 반추해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