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살림지식총서 248
박종성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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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고등학교 영업수업시간부터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다. 해년마다 영어 조기 유학이나 영어 사교육으로 엄청난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을 논외로 하고,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형식상 독립국가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미국의 실질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는 식민지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견 과격한 주장같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인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20세기를 휩쓸던 식민주의 논의가 21세기에 들어와서 다시 재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여기서 탈식민주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탈’이란 접두어는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외형적인 독립과 국가건설만으로 식민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형태로 신식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와 다국적 기업의 자본의 힘 그리고 미국의 군사력(최근의 이라크 침공)과 외교력에 의해 지배를 받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인 현 시점에서, 영어 제국주의와 초국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시대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은이는 식민주의로부터 탈식민주의 그리고 현재의 신식민주의에 이르게 되는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고, 식민지배자들은 타자화 전략을 통해 타자에 대한 상투적이며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별 저항없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상처와 고통을 주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저항담론이 필요하다고 한다.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도 아니었던 한국에서 자발적 선택과 동의에 의해 영어를 배우려는 것은 영국과 미국의 헤게모니에 순응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런 예속화는 지금도 진행 중으로(본서 제49쪽 참조), 그런 측면에서 저항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저항은 패권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가강 강력한 힘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배자의 입장에서도 타자(약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윤리학을 정립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한다(본서 제91쪽 참조).

지은이는 위와 같은 논의와 더불어 탈식민이론가들인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에 대한 이론들을 짧게 소개하고, 디포우, 조지 오웰, E.M. 포스터 같은 영문학 작품에 스며있는 탈식민주의를 고찰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적은 분량의 문고본에서 이들이 이야기한 방대한 내용의 주장들을 단 몇 페이지로 요약 정리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아닐까 한다. 위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론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왜 탈식민주의에 대한 조명이 필요한 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 얇은 책은 나름대로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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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체성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01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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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아주 뿌듯하게 생각해 왔고, 단일민족이라는 점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는 주위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고, 국제결혼이란 것도 생소한 것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야말로 글로벌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무언지를 한 번쯤 진지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 국경을 넘나드는 다국적 기업, 철학이 혼재하는 사회,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대.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혼돈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유럽에는 극우적인 양상을 보이며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일부 과격분자들이 보이는가 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날선 대립을 보이고 있다. 가깝게는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 한국의 모습을 찾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를 통해 한국적인 것을 찾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현재의 모습으로만 한국적인 것이라고 칭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만큼 우리는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고, 너무나 당연시 생각해 오고 있었던 측면이 있다. 정작 한국의 정체성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국악이니 한옥이니 하는 것들을 언급하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체성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대해 냉철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정체성의 성격에 대해서 논한다. 지은이는 정체성은 단순한 외양과 정신의 합으로는 설명이 될 수 없는 형이상학의 고차원적인 문제로서 우리는 여태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외양이나 정신으로 접근하다보니 그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정체성은 자세나 태도를 뜻하는 주체성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며, 한국의 정체성은 계속 변하는 개인으로서의 한국인의 정체성이 아닌 집단의 정체성임을 강조한다. 한국이란 집단의 정체성은 한국이란 집단이 갖는 여러 분야의 공통된 특성에서 찾을 것을 제안하고, 지금 현재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확고히 보장하고 있는 것은 한글이라고 주장한다.

지은이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여태까지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외양이나 정신으로 접근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양이나 정신도 어느 것이 한국적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물음이 남는다는 점에서 이것만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논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렇게 쉽게 생각한 것은 이를 형이상학적인 철학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았고, 한국의 정체성을 너무나 당연한 명제인 것처럼 받아 들였기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2장에서는 세계화, 글로벌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과연 그와 같은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것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린다. 세계적이란 말은 추상적이며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가의 문제는 실체가 없으므로 그 말이 현실에서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는가를 알아보아야 하는데, 이는 결국 미국화의 위장 명칭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 보편성의 기준은 미국이며 미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며 곧 보편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지은이가 언급한 것처럼 보편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과연 미국이 세계적인 것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표준이 거의 모든 나라의 표준이 되어 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수 있을까. 힘으로 유지되는 보편성이 과연 정당한 보편성이 될 수 있을까.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생각이 짧아서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볼 문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의 정체성 판단의 기준에 대해서 논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정체성 판단의 기준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고유성과 창조적 수용을 언급하면서, 고유성은 시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성의 문제로 일정 수준의 미나 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며, 창조적 수용의 기준은 보편적 가치의 구현 여부라고 한다. 그리고 정체성 판단의 기준으로 현재성, 대중성, 주체성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기준에 맞추어 본다면 현재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현된 과거만이 현재이고 미국에서 비롯되었던 일본에서 비롯되었던지 간에 현재 한국에 존재한다면 일단 우리의 것이 될 자격이 있고, 대중의 지지와 호응이 있다면 이는 한국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만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면 일응 이는 또 다른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유행에 민감한 현대사회의 특성을 반영할 뿐이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한국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다.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그렇게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논의와 합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등장한 것인만큼 우리의 모습을 올바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지은이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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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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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원제는 Freak와 Economics의 조합어인 Freakonomics다. 일단 제목 자체에서 예사로운 책이 아니란 걸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경제학 책과는 구분을 짓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책제목이다. 그 주역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과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븐 더브너이다.

그래프나 수식이 등장하는 일반 경제학 책들과는 다르다. 대신 지은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조사한다. 지은이가 조사한 데이터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의도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모든 것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 속에 숨겨진 새로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던지는 주제는 기존의 그 어떠한 경제학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주 기발하고 독특한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던져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고전경제학에서 보여지는 이론들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곁가지일 뿐이다. 파격적인 질문인만큼 그 결론도 아주 신선하고 재기넘친다.

시험성적을 조작하는 교사와 시합에 져주는 스모 선수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제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센티브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닮은 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여주는 행태분석에서 정보가 가지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약 판매상의 재정분석을 통해 성인이 되어서도 마약 판매상이 어머니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며 이에 대한 사회통념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내용인 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줄였다는 부분에서는 기발하다못해 너무나 어이없는 결론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지은이가 보여준 방대한 데이터 분석은 지은이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에게 총과 수영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부모가 지어준 아이의 이름은 아이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라고 하는 기발한 질문들을 계속해서 쏟아내며 우리들의 상식과 통념에 도전하고 있다.

지은이가 위와 같은 상상을 불허하는 기발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방대한 데이터 못지 않게 사회를 바라보는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경제학이 보여주던 수식과 이론을 거부하고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의 이면에 숨겨진 것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은이는 윤리학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세계를 대표한다면, 경제학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세상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지은이가 경제학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위와 같은 다양한 질문들을 하는 이유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일정한 주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저 손가는 대로 아무 페이지라도 넘겨 읽으면서 지은이의 기발한 생각에 동참을 하면 된다.

그렇게 책을 이리저리 뒤적이다보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건져 올린 진실은 아무리 복잡한 사회 현상이라도 거기에는 일정한 패턴과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물을 한 쪽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경제이론 틀 속에서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난해한 이론과 수식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어 온 경제학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현실경제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해주는 이야기도 좋을 것 같다. 지은이의 탁월한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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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음악 저작권
김원석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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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가장 큰 특징은 정보 공유화와 쌍방향성,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의 특징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극장이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시디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것이 인터넷에서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로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음반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레코드 점이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인기가수들도 10만 장 이상 음반을 판매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불법 다운로드가 음악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한탄을 할 정도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되는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제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는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대가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었는데, 갑자기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거나 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니까,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P2P(Peer to Peer) 사이트인 소리바다나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벅스 같은 경우에는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했고, 오랜 법적 분쟁 끝에 결국 소리바다와 벅스는 유료화되었으며, 최근 소리바다는 대법원에서 저작권 방조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 받았다. 이 책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출간된 것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일반인들도 이제 차츰 저작권 침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음악 저작물의 저작권자에 대한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여 음악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오랜 기간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용적인 점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음악 저작권의 개념과 역사적 전개 과정, 종류, 보호, 그리고 문제와 전망 등 음악 저작권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는 저작권료의 징수와 분배와 같은 실용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지은이가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보니 자연히 저작권 보호에 치중하고 쓴 내용들이 많다. 이는 저작권료 징수와 분배에 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굳이 이 책에서 언급하지 않더라도 법조문을 참조하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실무적인 측면이 강한 내용들이었다.

음악 저작권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작권 징수와 일반인들의 음악 저작권에 대한 침해와 같은 실용적인 부분만을 다룰 뿐, 소위 노래를 표절하는 것이나 패러디하는 것과 같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부분이나 이론적인 면 등에 관한 설명이 부족한 측면이 있어 균형감각이 아쉽다. 이 이 책으로 음악 저작권의 전체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다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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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8-02-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음반쪽은 완전 사양산업쪽으로 가고(모 음반유통사는 cd공장 처분했다고 하더군요.) 음원쪽으로 가는듯 하던데 그 수익배분율때문에 좀 문제인듯 하더군요. mp3나온 초창기때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인식을 잘 시켰으면 좋았을텐데...안타깝다 싶어요. 지금 너무 불법적인 것이 활개를쳐서...

키노 2008-02-1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지금 현상이 좀 그렇습니다^^;; 과연 가수들이 자신들만의 음악성을 위해 노래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지. 한 곡만 띄우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런지. 편리함이 많은 것을 몰아내는 느낌^^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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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체결로 국민여론이 양분될 정도로 시끄러웠다. 한미 FTA 체결을 무조건 반대하는 극단적인 입장에서부터 찬성은 하되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논의를 거치기 보다는 일방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이 우리들에게 갑자기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한미 FTA 체결이 문제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반대하기 보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앞서는 정치적인 모습을 보인 측면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직시한 이 책이 좀 더 일찍 출간되었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을 준다.

장하준 교수는 이미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통해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독특한 경제이론을 전개해왔다. 아마 최근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장하준 교수가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경제이론은 이제껏 논의되어져 온 경제이론과 달리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면이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그는 박정희 개발정책이나 재벌을 옹호하는가 하면 주주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등 어느 하나의 경제이론으로 경제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현상의 실제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현실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한 이 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주제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여 그와 같은 논쟁에서는 자유로울 것 같다.

지은이는 규제철폐와 민영화, 국제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부자 나라 정부들의 협력체에 의해 추진되고, 주로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사악한 삼총사’를 이루는 국제 경제 기구들인 IMF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부자 나라들은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보호 관세와 보조금을 사용하고,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자기 나라에서 실제로 시행해 성공을 거둔 전략을 사용하라고 권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들이 권장하는 정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라고 하며, 신자유주의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을 파헤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필요한 경제정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허울을 한올 한올 벗겨내기 위해 지은이는 많은 사례와 데이터, 그리고 지나간 역사들을 곁들여 구체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인용하면서 도요타 성장 신화의 이면을 파헤쳐 세계화를 비판하는가 하면, ‘로빈슨 크루소’를 쓴 다니엘 디포를 통해 현재의 부자나라들이 어떻게 부자나라가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부자나라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알아보며, 지은이의 여섯 살 짜리 아들까지 등장시켜 자유무역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공기업 문제가 민영화로 해결이 가능한지, 지적재산권이 기술혁신을 촉진하는지, 재정 건전성 정책이 능사인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상관관계가 있는지,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지 등, 지은이는 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며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 규제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외국인 투자의 실질적인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 초국적기업들은 어느 정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을 빼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에게 본때를 보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장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기업들의 이동성이 높아져 국가의 규제가 무력해졌다고 하면서, 어째서 개발도상국들로 하여금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에 빠짐없이 서명하게 하려고 기를 쓰는 것인가? 신자유주의 정통파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 맡겨 두면 되지 않겠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호적인 나라에 대해서만 투자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해당 개발도상국에게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이런 제한을 부과하기 위해 국제협정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야말로 외국인 직접투자의 규제가 효력이 없다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본서 제154쪽 참조)” 라는 대목에서 지은이는 신지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와 위선에 가득찬 것인지를 보여준다. 지은이의 현실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지은이는 에필로그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조업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21세기에는 제조업보다는 지식산업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부자나라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에는 엄청난 경제적 격차가 있기 때문에 정당한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부자나라들이 과거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미신과 허구를 밝히는 지은이의 주장은 무엇보다 신자유주의가 걸어온 역사적 사실에 터잡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설득력을 가진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미국이나 영국 등 부자나라들에 의해 강요되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반발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부자나라들의 역사와 많은 데이터를 살펴봄으로써 단순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인 면을 넘어서서, 그들의 현실과 실체를 보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이론에만 치중한 여타의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책들과는 분명 남다른 면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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