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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에 대한 성찰 -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 ㅣ 살림지식총서 248
박종성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평점 :
얼마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고등학교 영업수업시간부터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다. 해년마다 영어 조기 유학이나 영어 사교육으로 엄청난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을 논외로 하고,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형식상 독립국가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미국의 실질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는 식민지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견 과격한 주장같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인 것만은 아니다.
이처럼 20세기를 휩쓸던 식민주의 논의가 21세기에 들어와서 다시 재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은이는 여기서 탈식민주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탈’이란 접두어는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외형적인 독립과 국가건설만으로 식민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형태로 신식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와 다국적 기업의 자본의 힘 그리고 미국의 군사력(최근의 이라크 침공)과 외교력에 의해 지배를 받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인 현 시점에서, 영어 제국주의와 초국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시대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은이는 식민주의로부터 탈식민주의 그리고 현재의 신식민주의에 이르게 되는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고, 식민지배자들은 타자화 전략을 통해 타자에 대한 상투적이며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별 저항없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상처와 고통을 주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저항담론이 필요하다고 한다.
영국과 미국의 식민지도 아니었던 한국에서 자발적 선택과 동의에 의해 영어를 배우려는 것은 영국과 미국의 헤게모니에 순응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런 예속화는 지금도 진행 중으로(본서 제49쪽 참조), 그런 측면에서 저항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저항은 패권주의,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가강 강력한 힘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배자의 입장에서도 타자(약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윤리학을 정립하는 것이 요청된다고 한다(본서 제91쪽 참조).
지은이는 위와 같은 논의와 더불어 탈식민이론가들인 푸코, 파농, 사이드, 바바, 스피박에 대한 이론들을 짧게 소개하고, 디포우, 조지 오웰, E.M. 포스터 같은 영문학 작품에 스며있는 탈식민주의를 고찰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적은 분량의 문고본에서 이들이 이야기한 방대한 내용의 주장들을 단 몇 페이지로 요약 정리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아닐까 한다. 위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론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왜 탈식민주의에 대한 조명이 필요한 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이 얇은 책은 나름대로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