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있다. (여전히 책을 사서 저장하기도 하지만...)  

가기 전에 책 검색을 하고 빌려볼 책을 적어가는데 집에 돌아와서 보면 항상 다른 책을 빌려온다. 

왜 적어가는걸까? 그러면서 또 적고 있다.

도서관은 대출기한이라는게 있어서 그 전에 돌려주려면 열심히 읽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읽는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한편으로는 돌려주려고 급하게 책장을 넘기는 내 모습을 보면서...'이래서 머릿속에 남는게 있겠어' 하는 생각에, 그림책이나 소설을 빌려봐야지 두꺼운 책은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빌려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사서 읽고 그닥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을 다시 파는 것도 꽤나 수고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바.꿨.다. 

책을 빌려보면 이 책을 전에 읽었던 사람은 어떤 사람일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을 읽다가 책장을 넘기는데 손가락에 과자가루가 묻어나오는거다. 책장에 얇게 코팅된 가루를 보며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쉰다. 그리곤 책을 세워서 탈탈 털어낸다. 하지만 몇 장 못가서 또 과자 부스러기가 나오는거다.  

그럼 잠시 고민을 한다. '이걸 털어 말어. 흠~꽤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흐름이 끊기네...에잇~모르겠다. 부스러기 안 떨어지게 조심히 봐야지' 하는거다. 사람 나름이겠지만...갠적으로는 [혼불]을 보면서 과자를 먹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간다.   

그건 마치

을 보면서 (무려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말이다.)껌을 껄렁껄렁하게 씹다가 풍선을 크게 불어 터트리고야 마는 그런 느낌이 드는거다.^^ 

 

  

 지난 번에 봤던 책은 [듀이]인데 누워서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디선가 솔솔 담배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미세하게 남아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담배연기에 쪈 책이다.ㅋ 담배연기가 내 얼굴로 쏟아지는 상상을 하게 되는거다. 담배연기 헤치며~ 넘겨가는~ 책장에 낯을 묻고...비흡연가로서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누워서 읽다가 바로 자세를 바꿨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었는데 연필로 중간 중간에 <>가 되어 있다.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이 표시를 한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게다가 그 부분에 이르면 나도 모르는 뭔가 놓친 부분이 있는걸까 하며 <>에서는 하지도 않던 '사색'(?)을 하게 되는거다. 결국엔 나에겐 별 의미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이 책을 조금 읽자마자 고1때 봤던 [분노의 포도]가 생각났다. 정확히 이 책이었는데 아직도 출판되는구나! 어렸을 때는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일 년 내내 포도를 따면서 띵가띵가 유유자적 즐겁게 살 수 있을텐데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못살게 되는걸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이 책이 나의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깨우쳐주었다. 한편으로는 세상은 정말 무서운 곳이로구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조지오웰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읽어본 몇 권 안 되는 책만으로도 참 멋진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튼스쿨을 나와서 버마에서 경찰도 해보고 영국에 돌아와서 노숙자같은 밑바닥 생활도 해보고... 배운 사람의 눈으로 광부들의 삶을 보고, 몸으로 체험해보고 글로 조목조목 밝힌다. 정부의 뜬구름같은 사회계획과 광부들의 실제 생활을... 

조지오웰은 50살이 안 되어서 세상을 떠났는데 억지로 갖다붙인다면... 내가 좀 좋아하는 작가인 더글라스 애덤스도 50살에 돌아가셨다. 정말 유쾌하신 분이었는데 말이다...ㅠㅠ 

우리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놀란다. 이런 두꺼운 책이 다 있냐며... 

책에 욕심있는 사람들은 얼마 후, 이런 말을 한다. 자기도 그 책 샀다며...  

 [율리시스]는 세로로 좀 압도적이지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가로로  

좀 압도적이다. 

원하는대로 선택하시라!  

하여간 더글라스 애덤스는 이런 책도 썼다. 

환경보호에 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환경 보호라면 심각해야하는데...웃기다보니...^^; 

뭐... 마지막 장을 닫으면 '큰일이긴 해'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가 이런 말을 적었다. 아프리카에 갔을 때의 일인데, 

   
  누군가 뭐든 하려고 하면 그걸 못하도록 막는 게 직업인 사람이 이례적으로 많은 나라는 십중팔구 예전에 식민 통치를 받았던 나라이다. -120p-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그랬던 것 같다. 아니, 지금도 그런가? 

그리고 이런 글도 있다. 

 

-260p- 

며칠 전 , 산책길에 동생에게 이야기해줬는데 웃기다며... 

그런데 정말 중국에 살다보면 이런게 아무렇지 않다. 처음엔 손에 땀을 쥐지만...ㅋ 

마지막으로, 블랙 코미디라는  

처음엔 이 무슨 책이란 말인가?했다... 

읽는 중간에도 뭔가 의미심장한게 있는데 그게 뭐란 말인가? 

했는데...  

해설을 읽고나서...

블랙코미디라는 리뷰를 보고... 

아~그런거군!했다. 

남미역사나 사회나...뭐 그런 걸 모르면 이해가 안 갈 듯...... 

이 책 읽고 남미 역사책 사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 그에 관해 나온 책이 별로 없고  

더군다나 도서관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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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글이 넘 재밌어요. 과자 부스러기와 담배 연기가 책장에 쏘옥~~ ( '')

저는 얼마 전에 빌린 책에서 여고생이 남긴 쪽지를 봤답니다. 무려 카프카를 읽는 여고생이라니. 뭔가 멋있어서 쪽지의 내용을 읽어봤더니, '내일 노래방 가자! 빅뱅 노래만 부르기 없기!' - 하아... 좀 혼란스러웠어요. 카프카를 읽으며 노래방 갈 생각을 하다니! 뭐, 혼불을 읽으며 과자 먹는 사람도 있는데요 ㅎㅎ;;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읽다가 말았어요. 의미심장하긴 한데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유머가 잘 안 통했다고나 할까... 킁.

자하(紫霞) 2011-10-05 23:25   좋아요 0 | URL
ㅋㅋ저도 아직 블랙코미디는 잘...

혹시 이런거 아니었을까요? 카프카를 읽고 있는 여학생이 노래방가자는 쪽지를 받은거죠. 흠...아마 그런걸꺼에요;;;

다락방 2011-10-0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는 판탈레온 엄청 좋았는데. 저는 주인공 판탈레온을 사랑했어요. 군대가, 나라가, 판탈레온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마음이 아주 강하게 들어서 읽는 내내 판탈레온을 구해오고 싶었죠. 후..

자하(紫霞) 2011-10-08 13:13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은 다르시군요~
저는 한참을 헤맸습니다.

차좋아 2011-10-0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 목격한 사건인데요.
웨이하이, 아마도 4년 전, 여름이었습니다.

인도에 세워진 승합차가 차를 빼려는지 후진을 하더라고요 마침 그 듸를 지나던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중국인(확실해요.)이 후진하는 차에 받혀서 넘어졌거든요. 근데 그 남학생. 툴툴 털고 일어나 그냥 제 갈길을 가더라고요. 분명 쿵하고 받히고 넘어졌었는데 말이죠. 운전자도 창문열고 빼꼼히 내다보더니 아무일 아니라는 듯이 자저 차를 빼더군요
8차선 무단횡단이 일상인 나라이긴 하지만, 좀 신기했었어요.

분노의 포도 의외로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 씁쓸하지만 어떤 희망이 어렵풋 느껴졌어요. 다소 작위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건 분명하니까, 절망적인 세상도 분명하지만요. 오래전에 읽으셨군요.


자하(紫霞) 2011-10-08 13:15   좋아요 0 | URL
놀랄일이 많이 일어나긴 하죠.
시간이 지나면 중국도 바뀔련지...참 궁금하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