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전을 하다가 고속도로변에서 팻말을 들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습니다. 이 동네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보도라는게 거의 없다시피 해서 중앙선 근처 도로 신호등 옆에 서서 신호에 걸려 서있는 운전자들에게 약간의 잔돈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평소에는 별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는데, 그 여자가 들고있는 팻말에 쓰여진 글자가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Happy Birthday! Jan. 09, 19xx
세상에. 그 여자는 오늘이 생일이었나봅니다. 게다가 우연히도 저랑 태어난 해가 같았어요. 깜짝 놀라 그 여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습니다. 저랑 동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였어요. 적어도 40대 중반정도는 되어보이는 검게 탄 얼굴. 아무렇게나 입은 티셔츠와 헌 청바지. 헝클어진 파마머리.
지갑에 들어있던 1불짜리라도 몇장 건네고 싶었지만 1차선이 아니라 3차선에 서있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냥 출발해야 했어요. 운전하면서도 계속 뒤에서 뭔가 잡아당기듯이 그 팻말이 생각나더군요. 해피 버스데이 1월 9일. 해피 버스데이 1월 9일. 자기 손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를 쓰면서 그 여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오늘 내 생일이에요. 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도로 한 복판에 서서 하루종일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