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림을 보고도 매번 다른 느낌이 든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이번에 모마에서 제일 마음이 가는 작품은 바로 샤갈의 이 그림이었다. 예전에 모마를 들렀을 때 분명히 보았고, 여러가지 미술 관련 서적에서도 수도 없이 보았고, 하다못해 고등학교 때 미술책에서도 보고 달달 외웠던 샤갈의 나와 마을. 다리가 부러지도록 아픈데도 불구하고 10분이 넘도록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쁘장하게 생긴 소와 피부가 녹색인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 이 부분은 뭘 의미한다든지, 저 부분은 무엇을 상징한다든지, 이런 설명은 하나도 필요없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걸 느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같은 전시실에 걸려있던 미로의 그림을 보고 발바닥을 슬금슬금 간질거리는 듯한 장난기에 슬쩍 웃다가 이 그림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눈앞에 확 펼쳐지는 포근함, 그리고 (도대체 밑도끝도 없는) 희망.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샤갈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못고칠 수전증 덕에 몇 장 찍은 사진이 다 흔들려 엉망으로 나왔지만, 신기하게도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선명한 포스터보다 직접 찍은 서투른 사진쪽이 그 때의 느낌과 더 닮아있다. 폐관 시간이 가까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술관 샵에 들러 엽서를 샀다. 99센트짜리 나와 마을이지만 왠지 뿌듯하다. 이미 열심히 둘러본 미술관에 굳이 또 가는 것은 역시 이런 즐거움이 있어서겠지 싶다. 다음에 갈 때는 또 어떤 그림이 마음을 흔들런지..

(+) 그나저나 모마는 제발 입장료를 좀 내려라. -_-
솔직히 20불이면 여러번 가기에는 비싸다 ㅠㅠ 
건물 짓는데 돈 많이 들었다는건 알겠지만서도. 중요한건 건물도 후지더만...-_-
아니면 메트로처럼 기부금 입장제를 도입하던지 -_-



댓글(9)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07-09-1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갔을때 봤던 자코메티의 '개'가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려요. 결국 한국 와서 <자코메티>를 읽어지요.
좋아하는 미술품을 보고, 그리고 예술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것, 좋은점 반, 나쁜점 반이에요. 단순히 좋다 싫다가 아니라, 복잡한 감정이 더 해지는 것. 자코메티 책 읽었으니, 그의 작품 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 기대대요. 샤갈은 예전에 나왔던 책 제목 때문에 왠지 얄미운 사람이란 느낌이에요. ^^

하이드 2007-09-1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렇고, 모마는 진짜! 건물이 뷁이에요! 모마샵으로 돈도 억수로 벌텐데,입장료좀 내리지! 근데, 기부금은 저같은 소심한 사람은 더 부담스러워요. 내고 왠지 아까워하며 땀 삐질거린다는 ^^;

Kitty 2007-09-12 01:35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샤갈 책 읽어보려고 보관함에 넣어놨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한데 말씀대로 읽고 나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기대됩니다. ^^
모마 새건물 OTL...직접 보니 이 뭐 -_-
기부금제라면 저는 대심(?)해서 뻔뻔하게 1-2불만 내고 들어갑니다;;;;;
근데 확실히 20불 내고 들어가니까 더 열심히 보게 되긴 하더라구요.
이놈의 본전 근성 ㅋㅋㅋㅋ

물만두 2007-09-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갈은 넘 어려워요. 전 늘 그림하면 르네 마그리트만 떠오르더라구요. 근데 매번 그림은 달라요^^;;;

Kitty 2007-09-12 00:34   좋아요 0 | URL
만두님 사실 저도 뭘 알아서 보는건 아닙니다. ㅋㅋ
르네 마그리트 저도 넘 좋아해요. 제 아파트 마루에 걸려있다는 ^^
이번에 가서 마그리트 그림도 많이 봤어요. 역시 마그리트는 쉽게 이해할듯하면서도 다시 보면 뭔지 모르겠는 아리송함이 최고죠! ^^

라로 2007-09-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국에서 고흐의 해바라기를 봤을때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 색채의 강렬함이라니!!
그런데,,,,어떻게 1~2불이 되는 미술관이 있을까요?
전 기부금제라도 그렇게 싼 미술관을 못봤어요!!
그러구 보면 캘리포니아 넘 비싼거네,,,
님이 사시는 곳은 쨩이다~.ㅎㅎ

Kitty 2007-09-12 14: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듯 ^^ 나비님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도 그렇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도 그렇고 많아요 ^^
기부금제 말은 거창한데;; 그야말로 자기 맘대로 입장료를 내는거죠.
1불이든 1센트든 내기만 하면 웃으면서 표를 줍니다. ^^
입구에 'Suggested admission fee'라고 되어있으면 맘대로 내도 되는거구요, 그냥 'Admission fee'라고 되어있으면 써있는 금액을 내야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왠지 눈치보여서 10불정도 내고 들어갔는데 자주 가다보니 이젠 철판깔고 씩 웃으면서 1-2불만 내요. -_-;;;
그래도 역시 제일은 말씀하신 런던 아니겠습니다.
왠만한 미술관은 다 무료니 천국이죠 ^^

sweetmagic 2007-09-1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정말 .........환상이더군요 근데 모마...
금요일 4시 이후 무료 아닌가요 ?

Kitty 2007-09-13 02: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
하지만 저는 보통 주말에 비행기 타는지라 뉴욕 도착하면 금요일 밤 아니면 토요일 오후라서 혜택 입기가 좀 힘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