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5주 글제입니다.



1. 남자는 -에 00를 바르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1인칭 콩트를 쓰시오.

2. '책을 펴는 순간 죽는다'를 제목으로 콩트를 쓰시오.

3.

-----보기-----

나는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둘둘 감는다. 개미를 눌러 죽이려는데 문득 개미를 누르면 마룻바닥에 이것의 시신과 체액의 자국이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좁쌀만 한 얼룩도 곧잘 찾아내어 역정을 내곤 한다. 개미를 죽이고 나면 얼마 뒤 그 자국도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 소파에서 방방 뛰며 아이는 개미를 당장 죽이라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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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기를 읽고 생각나는 콩트를 쓰시오.

단, 보기와 콩트의 내용에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어야 할 것.


1,2,3 중 택1 할것. 분량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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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조각난 필름에 피를 바르고 있었다




남자는 갈색 빛이 나도록 구워진 옥수수 식빵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었다. 제대로 으깨지지 않은 큼지막한 딸기 덩어리가 잼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남자는 잼 숟가락을 놀리다 말고 그것을 집어먹었다.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입이 찢어진 오렌지 인형처럼 실실 웃는다. 그러다가 장지갑 같은, 반으로 접힌 식빵을 하나 건넨다. 커다란 맥주잔에 포도 주스를 따르던 나는 냉큼 받아들였다. 장지갑의 접힌 틈새로 넓은 공간에 펴지느라 색이 연해진 붉은빛이 보인다. 나는 빵을 크게 베어 물었고, 뒤따라 남자도 빵을 깨물었다. 바삭한 겉과 달리 속은 부드럽고 쫄깃했다. “집에는 내려가 볼 거야?” 빵 조각을 우물거리면서 남자는 입을 열었다. 어느새 내 맥주잔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아니. 나 과외 있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빵가루가 잔뜩 떨어져 있는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긴다. 무엇이 그리 신 나는지 연신 오드리 헵번처럼 입꼬리가 올라 있다.


아침을 빵으로 간소하게 대신하고 나서부터 독서에 돌입한 남자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6년 동안 아침을 걸렀는데, 방 짝인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이라도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잊었던 아침에 배가 든든한 기분을 매일 만끽한다. 남자는 정우라는 이름의 동갑 친구다. 인상이 투박하나 사글사글하다. 상당히 활기차고 유쾌하다. 방을 살펴보기 위해 만났을 때, 얼른 친해져야 한다고, 쭈뼛대는 나의 손을 잡아끌어 점심을 한 끼 사주었다. 햄이 잔뜩 들어가 조미료의 맛이 입안에 계속 감도는 부대찌개였는데, 맵고 짰다. 정우는 연신 맛있다며 이 인분을 혼자서 다 먹었다. 최근에는 대학 적응이 힘에 부치는지 힘들고 우울한 기색을 내비치기는 해도 잠깐이다.


장마가 지나고 부쩍 더워진 날씨에 손부채 질을 해가며 X 아파트에 도착했다. 403호의 벨을 누르자 막대사탕을 문 소년이 문을 연다. 반기는 듯 안 반기는 듯, 묘한 표정이다. 한 시간가량 과외 수업이 진행되었다. 어떻게든 수업을 하지 않으려는 소년의 잔꾀 때문에 계획했던 분량을 다 끝내지 못했다. 강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 밑에 앉아서 소년과 담소를 나누다가 소년의 어머니가 차려준 간식 상을 비우고서야 일어섰다. 집을 나서자 열기가 훅 닥쳐온다. 햇살이 노랗게 세상을 덮고 있다. 다른 동으로 발걸음을 뗀다.


 

*


 

그렇게 세 명의 학생들과 티격태격하고 났더니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다. 교수님과 점심을 하기로 약속한 터라 서둘러 학교에 갔다. 만난 교수님과는 학교 근처 죽 가게로 향했다. 허한 속을 달래주어야 한다면서 소고기 죽을 시키셨다. 날이 더워 땀이 계속 새어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죽 가게의 에어컨이 고장 나서 더위를 품에 안고 밥을 먹어야 했다. 뜨거운 죽을 한 숟갈 퍼서 촛불 끄듯 후후 불어 식혀 먹고, 흐르는 땀에 상의는 젖는다. 죽이 굉장히 맛있었기에 먹는 동안 정우 몫을 하나 주문해두었다. 아마 그는 점심도 잊고 책에 빠져 있을 것이다.


예상외로 그는 손바로 책을 놓아둔 채 퍼더버리고 누워 자고 있었다. 선풍기 날개가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처럼 느릿느릿 회전하고 있다. 안쓰럽게 탈탈거리는 소리에, 나는 먼지가 잔뜩 쌓인 에어컨을 깨웠다. 에어컨은 오랜만의 기상에 여러 개의 입을 한꺼번에 벌리며 숨을 토해냈다. 그 기쁜 숨의 냉기에 좁은 거실은 급속히 시원해졌다. 찬 기척을 느끼고 정우가 부스스 일어난다. 나의 손에 들린 죽을 보더니 입을 벌리고 웃는다. “나 또 나가야 해.” 약간 식은 죽을 정우는 빠르게 떠먹는다.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는지 고개 한 번 안 든다. “늦게 와?” “늦는다면 늦고.” “치킨 사와!” 평소에도 식탐 많고 많이 먹었는데 요새 더 많이 먹는다. “응.”


 

*


 

정우의 소원대로 닭튀김을 손에 들었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친구들을 데려다 주느라 조금 늦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뒤처리는 언제나 내 몫이다. 느끼한 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문을 열었는데 정우가 보이지 않는다. 낙하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더워서 그런 건가 정우의 샤워 횟수가 늘었다. 거의 집에만 있으면서도 하루 네댓 번씩 하곤 한다. TV 앞에 작은 상을 펴서 닭튀김 상자를 열었다. 노랗게 튀겨진 겉옷이 버터를 바른 듯 윤이 흐른다. 정우가 욕실 문을 벌컥 열고 나온다. 눈이 마주쳤고, 정우는 화들짝 놀랐다. 정우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방으로 간다. 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다. “왔어?” 방문을 열고 몸이 반쯤 들어갔을 때 정우가 입을 열었다. “튀김닭 사왔어. 얼른 먹어.” 정우는 방문을 닫는다. 나는 벽에 기대고 앉아 TV를 틀었다. 마침 하계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었다. 역도 경기였는데, 우리나라 선수도 한 명 출전했다. 여자 선수가 무거운 바벨을 들고 낑낑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새삼스러웠다. 반년 가까이 함께 지냈는데 정우의 완전한 나신을 보는 것이 처음이다. 기분 탓이겠지. 정우가 어느새 잠옷을 입고 나온다. 닭튀김을 보더니 달려든다. 살이 두껍게 붙은 닭 다리를 든다. “장미 선수 나오는 경기야?” “아마.” 우리는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올림픽 경기를 보았다.


전등불을 끄고 거실에 누웠다. 닭튀김은 뼈만 남아 있었고, 우리는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배우의 익살스러운 행동에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며 킥킥대고 웃었다. 남자 주인공이 사건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동성애자 연기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그것이 너무 우스워 배를 잡고 웃었는데 정우를 보니 얼굴이 싸늘하다. “정우야, 왜. 아파?” 그제야 정우는 웃어 보인다. 그 후로 몇 번이고 이러한 장면이 계속되었는데 정우는 그때마다 불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 닭을 너무 급하게 먹더니 체했나 보다. “아파 보인다. 들어가서 자” “아냐, 안 아파.” “체한 거 같은데? 방에 약 있어. 먹고 자.” 정우는 알겠다 하고 일어선다.


 

*


 

정우는 잼을 바른 식빵을 먹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고 있다. 악덕 사채업자와 도박을 하여 돈을 얻어 가는 만화였는데 굉장히 긴장감이 있어 침이 꼴깍 넘어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시계를 보니 시침이 11을 향해 있다. 친구 한 명이 마침 이 시간에 놀러 오겠다고 한 약속이 생각났다. “정우야, 오늘 내 친구 집에 놀러 오기로 했어.” 얼굴을 빼꼼 내밀며 언제냐고 물어본다. “지금.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애야. 인사도 할 겸.” 그러자 정우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행동이 급해진다. 재빨리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설 채비를 한다. “갑자기 약속이 생각났지 뭐야. 저녁쯤에나 들어올 거야.” 말하는 정우의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린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왜.” “아냐. 많이 어지르지 말고 놀아.” 정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친구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집 앞이니까 문 열어둬.] 정우는 벌써 나갔다. 정우가 나가고 얼마 안 있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얼른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고. 거기에는 친구와 정우가 맞닥뜨린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정우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친구는 꽤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야~ 여기야. 정우야 일찍 와!” 나는 옆집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소리쳤고 정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힐끔 보더니 도망가듯 계단을 내려갔다. 친구는 잠깐 서 있더니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눈이 힘이 들어간 채로 잔뜩 찌푸려져 있다. “너 설마 쟤랑 룸메냐?” 친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빛과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답을 내뱉으라 재촉하는 듯했다. “응. 둘이 아는 사이야?” 친구는 내 한 마디에 놀라며 말을 짓이겼다. “쟤 게이야. 네 학교에도 소문났을 텐데 몰랐어?” “무슨 웃기는 소리야, 그건. 어서 들어와.” 나는 친구의 모습에 웃었다.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들어가고 자시고 진짜 저 애 게이라니까. 우리 학교에 소문 쫙 났어. 왜 이때까지 나한테 이야기 안 했냐?”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진지한 모습에 나는 조금 흔들렸다. “진짜야?” “진짜라도. 그럼 너 게이랑 반년을 산 거냐? 어오. 왜 말 안 했냐?” “야, 잠깐. 너 집에 가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텅 빈 집에 발을 얹어 놓기 전에 나는 먼저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식탁에 앉아 머리를 괴었다. 정우가 동성애자라. 나는 차분히 생각했다. 이미 속은 불붙어 있었다. 정우에게 화가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맥박이 빨라졌다. 그동안의 이상했던 정우의 모습들이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정적 속에 흐르는 장면들을 잡아채고 있노라니 정우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전화기도 꺼져 있었기에 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가 지는 시각까지 앉아 있었다. 친구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학교에 소문 쫙 났어.’ …. ‘학교에 소문 쫙 났어.’….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어내렸을 때 휴대전화의 불이 켜졌다. 기다리던 정우의 문자메시지였다. [내일 너 과외 가면 짐 챙겨 나갈게. 오늘은 집에 안 들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가 졌다.


나는 정우가 가 있을만한 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부터 동네 끝까지 몸을 움직였다. 먼저 찜질방을 돌았다. 그리고 게임방을 찾아다녔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임방이었기에 하나하나 돌기에 벅찼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집에서 가장 멀리 있는 게임방에 들어가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일단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갔다. “저 손님, 몇 시간이나 있었어요?” 그는 자신의 컴퓨터 화면을 보더니 답했다. “6시간 정도 하셨네요.” “저녁은 먹던가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는 가라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피하며 조심스레 정우에게 다가갔다.


정우는 내 목소리를 듣고 놀라면서 어깨를 들썩거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왜 왔느냐며 물었다. 나는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를 설득했고, 그는 계속해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잠깐의 실랑이 후에 나는 억지로 정우를 끌고 나왔다. 정우는 나와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미안.” 정우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말을 하기 위해 숨을 들이쉬자 아무 말도 말아 달라며 부탁한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마음이 아팠다. “정우야. 괜찮으니까 고개 한 번 들어.” 정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아픈 강아지 마냥 한나절 만에 얼굴이 축축 처져 있었다. “내일 나간다니까 왜 왔어. 게이인 거 숨겨서 미안해. 욕하려면 그냥 가줘.” 정우는 울먹이며 입을 닫았다. 나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정우가 스스로 만든 보호막을 뚫고 한 발짝 다가갔다. 정우는 흠칫하며 뒤로 한 발짝 물렀다. 나는 재게 다가가 정우를 안아 주었다. “괜찮다니까, 괜찮아. 나 그런 걸로 친구 버릴 놈 아니야.” 정우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받아주며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집에 가자.”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떨어진 어두운 복도에는 한 남자의 슬픈 울음소리가 울렸다. 남자를 살금살금 할퀴던 필름 조각들이 눈물과 함께 조금은 떨어졌다. 그렇게 남자의 마음에는 핏물이 고였고, 피는 따듯했다.



(원고지 27.6장) -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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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의 별] 치킨하고 닭튀김하고 용어를 바꿔 쓸 이유가 있는지요...이게 왜 다를까, 하고 읽을 때 혼동스러웠습니다.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이 그걸 실망시켰습니다. 첫 문단은 제목과 대비되서 좋았는데, 내용은 그냥 게이에 대한 거였어요. '나'의 선택이 왜 그랬는지 충분한 이유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룸메로서 반 년 동안 살았던 걸 이유로 삼기엔...아직 한국에선 그런 걸 이해하기 힘듭니다. 마지막 문단이 무언가 의미 있는 것 같은데...​담배꽁초가 어쩌구 하고, 어두운 복도가 어쩌구로는 의미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라별] 제목이 독특했어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번 소설에 약간 추상적인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남자를 살글살금 할퀴던 필름 조각들이 눈물과 함께 조금은 떨어졌다, 라던가 남자의 마음에는 핏물이 고였고, 피는 따듯했다. 같은 표현들이요. 문장을 굳이 그렇게 써야했나, 의문이 들었어요. 남자의 심리가 어떻다고 말하고 있는 건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또 치킨과 닭튀김, 또 튀김닭. 같은 걸 지칭하는 거라면 대명사를 사용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바꾸신 이유가 있는건가요? 흠...또 군데군데 과거형 문장과 현재형 문장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헷갈렸어요.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나’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친구를 버리지 않아, 라는 대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서 좋았어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

 

[naR] 다시 한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네요. 동성애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 그런 시선에 다쳐 필름 같은 기억들을 안고 스스로 달아나버리는 정우, 현실의 단상을 담아내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하지만, 정우가 게이라는 말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만큼 나름대로 충격을 받았던 사람치고는 '나'의 행동이 굉장히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가 지는 시각까지 앉아 있었다'라는 말 속에서 모든 것을 찾아야 하는데, 읽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나'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재간이 없네요. 1인칭 시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정우'와의 과거를 되짚는다든가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모습을 조금 보여준다든가, 충격을 받고 그 오랜 시간 생각해서 정우를 찾아나서는 '나'의 생각을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었으면 싶었습니다. 윗부분, 동성애자 연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그런 얘기를 조금 꺼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또 한 가지, 앞부분에서 배경과 인물을 드러내는 부분이 많이 설명조로 이루어져 있네요./ 특히 '남자는 정우라는 이름의 동갑 친구다.' 같은 건 청자를 상정하고 말하는 것 같은데, 이야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딱히 청자를 설정한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면 도입부에서부터 '남자' 대신 '정우'라고 곧바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청연] 이주연속 동성애자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번엔 따뜻한 시선이라 색달랐어요. 그런데 콩트가 전체적으로 너무 평이합니다. 굴곡없고 너무 평평해서 그런가, 읽는 내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1인칭임에도 룸메이트를 보듬어주는 나의 심리가 너무 드러나지 않은 것 같고요.. 초반에는 상당히 공들인 느낌이 났는데 뒤로 갈수록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느낌이 났어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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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합평 소설처럼 처절하고 가혹하게 까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올리긴 했지만 사실 기대도 조금 했다. 

비록 마지막 챕터에서 [청연]님 말처럼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느낌으로 한 시간만에 써버리긴 했지만

초반에는 상당히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공을 들인 게 저 정도냐는 평을 받으면 나는 이제 소설 못 쓴다...

사실 좀 더 공을 들일 수 있었겠지만 이 게으름 때문에. 2주나 되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번 합평에서 안 좋은 평은 다 내가 예상한 것이라 다행히고 마음도 아프진 않다.

저번 소설이 처참하게 까일 때는 내 마음까지 깎이는 것 같았는데, 흑.

제목을 급하게,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독특해서 좋았나보다. 솔직히 나도 좋긴했기에......


이 소설의 플롯으로 토지 평사리에 소설을 내야겠다.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엔 더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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