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고양이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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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옛 부터 검은 고양이에 대한 불길한 미신이 있기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을뿐더러 날이 갈수록 길고양이들이 증가하면서 쓰레기통을 엎고 배설물을 흩트려 놓는가 하면 발정기나 세력싸움으로 콜링(울음소리를 내는 행동)을 하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또 내가 보았던 사람들은 고양이 특유의 성격을 싫어한다. 원래 고양이의 습성이 무리지어 살아가지 않고 따로 대장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주인도 충성하지 않고 따르지 않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시크하고 도도한 성격인 것이다. 고양이 숭배자들 중에는 이런 성격이 고양이의 최고 매력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충성심을 강조하던 나라였고 오랫동안 개와의 생활에 길들여져 왔다. 개의 특성상 주인에게, 또 1인자에게 복종하는 행동을 보이고 사람들도 그런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고양이는 툭하면 집을 나서지 않나 잠시 관심을 보이는가 하다가도 금세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둥 절대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내 지인 중 한 명은 고양이를 악랄하고 사악한 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살기 어려운 동물로 고양이를 인식하고 있다. 천천히 따져보고 살펴볼수록 매력이 흘러넘치고 기품이 넘치는 동물이 바로 고양이 인데 말이다.

 


한낮의 모임

 고양이를 배척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질수록 희한하게도 길고양이들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키우다가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있으면 그 고양이들끼리 교배를 해 새끼를 낳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전 도시는 길냥이들로 뒤덮이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도 밤만 되면 고양이 소리가 온 마을에 가득 울린다. 가끔은 세력다툼으로, 발정기로 너무나 시끄럽게 울어대서 짜증스러울 때도 있지만 볼수록 불쌍한 존재가 길고양이들이다. 아무도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들의 힘으로 거친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고양이의 불쌍함을 몰라준다. 갈수록 배척하기만 하고 짜증나는 동물로 인식한다. 나도 몇 번 아침에 쓰레기봉투가 찢겨져 내용물이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어서 주민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그래도 쥐약을 놓는다거나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양이들도 한 생명이건만 어찌 생명을 그리 쉽게 죽이려 할 수가 있을까.
  

 


맛있는 우유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다행스럽게도 소위 ‘캣맘’ 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들이 캣맘이다. 고양이들의 밥을 주는 모습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고 책을 펴내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나도 몇 번 고양이들의 밥을 준 적이 있다. 우리 집 옆에는 작은 골목길이 있는데 어두컴컴한 곳이라 밤만 되면 고양이들이 자주 모인다. 모인다 해도 한두 마리 이거나 세 마리 정도이기 때문에 참치 캔 세통을 따서 신문지 위에 두고 숨어서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참치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기뻤는지 그 때 찍은 사진만 해도 스무 장이 넘도록 찍었다.
 

 


봉정암의 사이 나쁜 고양이 부부

  이렇듯 길고양이들의 삶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다. 캣맘들이 아니면 아무도 밥을 챙겨주지 않고, 수의사나 동물보호단체들이 아니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그들은 이 사회에서 하찮은 존재로 전락했고, 애물단지로 생각되고 있다. 심하면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에 독극물을 탄 밥을 놓아 죽이는 경우도 있고, 폭행과 괴롭힘은 언제든 당할 위험에 처해있다. 주변 환경도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고 깨끗한 밥과 물도 없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도 행복은 있다. 너무도 사소한, 그래서 더 행복한 그들만의 일상들이 있다. 화창하고 한적한 오후의 담벼락 위를 거닐며 잠시 마을을 산책하기도 하고 형제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서 장난을 치며 놀기도 한다. 작은 벌레나 새를 잡으며 심심함을 달래기도 하고 그들만의 장소에 모여서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간들과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잠을 자고 누군가와 만나고, 간식거리를 사먹고, 산책을 나가기도 하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이런 것들은 인간들에게는 하찮게 생각되는 사소한 시간이고 일들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다.
 


등 따시고 배 부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어~

  고양이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때는 언제일까? 누군가 내어준 밥을 허겁지겁 먹어대고 있는 모습일까? 누군가 내어준 고양이 장난감을 이리 저리 굴려보는 호기심 가득 찬 눈빛을 보일 때 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잠을 잘 때의 모습이다. 어떤 사진에서 보든 고양이의 낮잠 자는 모습은 정말이지 유쾌하다. 고양이는 부끄럼을 많이 타고 귀족스러운 면이 많아 체통을 잃는 것을 꺼려하기에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에는 창피한 일과 행동을 저지르지 않는다. 실수로 저질렀다 해도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이다. 하지만 잘 때는 그렇지 못하다. 배를 보이고 대자를 뻗어서 자는가 하면 어떻게 저런 포즈로 잠을 잘 수가 있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자세를 취할 때도 있다. 그리고는 맛있는 음식을 한 입 가득 베어 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잠에 빠져 들어있다. 우리는 그 행복하고 귀여운 모습에 피식하고 웃음이 터지고는 한다. 물론 고양이가 깨지 않게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고양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유기견을 발견하면 즉시 보호소에 데려다 주고는 하지만 길고양이나 유기묘를 보았을 때에는 눈길 조차도 주지 않는 사람이 많다. 도둑고양이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이 편견을 버려야 하고 도둑고양이라고 칭하는 명칭도 없애야 한다. 우리가 유기묘를 아끼고 사랑할 때만이 고양이의 행복한 표정을 하루라도 더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또, 밥을 챙겨주지는 못 할 망정 고양이의 사소한 행복을 방해하지는 말자. 그들의 행복이 보장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원한다.
 

 


얘들아~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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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2011-11-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고양이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시군요!ㅋㅋ
고대부터 고양이들은 왜그렇게 인간들의 미움을 받아온건지 알고보면 고양이만큼 매력적인 생물이 또 없는데 말입죠.
아무튼, 소이진님은 마음씨가 참 예쁘신 분인거 같아요~!

이진 2011-11-12 12:46   좋아요 0 | URL
ㅎㅎ 동물들에게만 관대하죠 ^^ 감사합니다! ㅋㅋ

맞아요.. 고양이 정말 알고보면 볼수록 멋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인데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