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동물을 무서워한다면 매우 무서워한다. 아니, 두려워한다고 할까. 혹시나 만지다가 동물의 눈이 찔리진 않을지, 나를 물진 않을지. 동물을 마주대할 때 마다 그런 걱정스런 생각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또 이상하게도 동물을 너무나 좋아해서 장래희망까지 수의사이다.    

  얼마 전, 공부에 지쳐 방에 누워있었는데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던 적이 있다. 창문을 열어 고양이들을 쫓아내긴 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한 느낌이 곧 찾아왔다. 저들도 살기 위해서 저렇게 우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막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다. 시골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에는 버려진 동물들이 많다. 털이 뭉치고, 오물이 묻어 보기에도 눈이 찌푸려지는 강아지들. 매일 쓰레기 봉지를 헤집고 찢어놓아 주민들의 눈총을 받지만 귀엽기 그지없는 도둑고양이들. 하지만 멀리서 봐도 불룩한 배에, 비쩍 마른 다리. 조금이라도 보살펴주고파 다가가면 멀리 도망가는 아이들.  

  시골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유기동물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도시에서 버려지는 동물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도시, 시골을 따지지 않고 200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의 수는 8만 마리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 2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안락사를 했고, 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자연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수의 몇 배나 되는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유기동물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던 나에게 다가온 책. 그러나 이 책에는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이렇게 해라,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으면 무슨 병이다 등의 유기동물에 관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저 부록같이 적어 둔 것. 이 책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사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왜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고, 꼭 유기동물을 도와주겠다고 결심했다.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는 저자가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에세이이다. 이 에세이에는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사진이 담겨있다. 바닥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는 개, 벗어나려고 철창을 물어뜯는 강아지, 그리고 이미 죽음을 알고 있다는 듯 한 체념한 눈빛의 고양이. 그들의 눈망울은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슬프고 허망하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온 동물들은 살처분 된다. 사람들은 보호소에서의 죽음을 안락사라고들 하지만, 가스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은 안락사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의 행동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뿐. 포획되어 들어온 동물은 들어온 날, 그리고 이틀 후에 또, 사람들이 데려온 동물은 바로 그 날 살처분 된다.   

   
 

엄마에게 "생명은 모두 똑같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개를 버립니까? 

                                                                                                   p.88

 
   

  왜 동물들은 버려지고 죽어야 하는 것인가. 작가는 우리에게 고발하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체이고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충분히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동물보다 크다고 해서, 더 힘이 세다고 해서 동물들을 한낱 장난감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자신들이 원할 때는 사랑을 주며 키우고, 필요하지 않을 때,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때는 가차 없이 동물을 내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보다 잔인한 동물은 없다고 했다. 여행을 간다고, 임신을 했다고, 털이 날린다고, 다 커서 귀엽지 않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동물들은 버려지고, 떠돌아다니고, 잡혀오고, 죽는다.  

  이런 문장이 있다. [나쁜 건 버린 사람인데, 왜 동물이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 동물들을 버리고 죽이는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다. 하지만 버려진 그들을 보살피고 살리는 것 또한 사람이다. 어떻게 해야 유기동물을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다친 마음을 고쳐 줄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저 그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 

  앞으로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보게 된다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라는 자기합리화 적인 생각은 버리자.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빠르면 바로 그날 그들은 죽을 지도 모른다.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따뜻한 물 한 그릇 떠주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유기동물을 도우는 원천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