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행우주 - 우리가 알고 싶은 우주에 대한 모든 것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중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녔다.
기독교에 대해 사춘기적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1주일에 한번 들어오시는 교목 선생님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대곤 했다.
"하나님이 제 1일에 빛이 있으라, 해서 빛이 생기고 그다음에 별이 생겼다매요?
별에서 빛이 나오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과학적이지 못하잖아요?"
이 질문에 교목님이 뭐라고 대답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시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빛이 먼저인게 맞다. 빅뱅에서 탄생한 우주는 처음에는 휘황한 빛덩어리였다고 한다. 우주배경복사인가 뭔가 때문이라는데.(한달 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종교는 인민의 아편, 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종교란 것이 인간이 선한 삶,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편 정도라고 생각하며 내 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종교의 자리는 좁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최신과학서적을 읽으며 오히려 종교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하게 됐다.
과학이 한발한발 차근차근 밟아가며 증명한 이 세상 물리법칙과 우주의 모습을
어마어마하게 큰 통찰과 직관으로 단 한번에 꿰뚫어본 것이 종교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과거미래를 넘나들고, 양자역학으로 물질과 정신이 상호교류하고
끈이론으로 11차원을 왔다갔다하며 평행우주라 하여 여러겁의 무한우주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조금도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읽다보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이 우주의 진실한 모습을 설명하면서
과학과 종교는 어느 지점에서 언젠가는 만날 거란 느낌을 받는다.
찰나도 되지 않을 순간을
모래 한알에도 미치지 못하는 몸뚱아리로 살다 스러지는 인간이
이 끝없는 시공간을 사유하며 느끼는 감회는
그 사유가 종교적인 것이든 과학적인 것이든 결국에는 같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