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이전의 자존감이 평생 행복을 결정한다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6년 9월
품절


부부갈등이 아이를 망친다

부부문제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건네는 충고는 서로 상대방에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서로 분리되어 있을수록, 각자가 주체적일 수록, 더욱 깊고 풍부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서로 얽어매는 관계에서는 어느 한쪽이 달라지려고 하면 상대방이 이를 관계에 대한 위협, 자아가치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만다.-p.70쪽

행동이 아이 마음의 전부가 아니다

조건 없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행동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첫걸음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있는 그대로 가치가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비열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해도 이러한 명백한 존엄성을 박탈할 수는 없는 것이다.-p.93쪽

말하지 않는 아이의 욕구를 읽어라

소통이란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수단이다. 소통은 말로도 할 수 있고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아기들은 대개 울기, 머리박기, 소리내기, 몸부림치기 등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한다.
...
가족의 가장 일차적인 기능은 개개인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곧 개개인이 느끼는 수많은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모든 욕구를 늘 충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부모가 본이 되어줌으로써 아이들이 욕구를 표현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따라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p.100-101쪽

부모는 아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모 스스로 적절한 행동관리의 모범이 되는 경우,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제대로 자기통제를 할 확률이 가장 높다. 반면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시키는 공평하지 않은 부모의 행동은 아이가 수긍하지 못한다.
또한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반드시 제재를 가하여 책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왜 그러한 무책임한 행동을 하였는지 먼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p.125쪽

부모가 일깨워줘야 할 아이의 무한한 가치

아이의 고유성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부모의 행동은 아이에게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선사한다. 반대로 꾸짖고 제압하고 비교하고 위협하는 부모의 행동은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점차 멀어지고 뒤틀리게 한다. 또한 자신의 고유성에는 귀를 막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 살아야 하는 불행하고 암울한 운명의 늪으로 아이를 밀어넣는다.
-p.214쪽

문제행동은 언제나 옳다

문제행동은 이처럼 내적인 갈등과 충족하지 못한 욕구를 드러내는 신호이기 때문에 언제나 옳다.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행동을 일부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다른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p.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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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10-3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이 책도 저 같은 엄마에게 필독서군요. 우선 퍼 갈께요.

2006-10-31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31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 2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2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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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근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
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잔설을 치우고
나는 그 장지문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 먼저 와
나를 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저 눈 벌판도 덮지 못한
내가 끌고 온 길들 -p.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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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8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자림 2006-10-2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힘내시어요. 굽이굽이 우리가 걸어가는 길들이 엮어내는 풍경은 다 다르지만 걸어가는 것 자체가 가끔 축복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살아있다는 것, 숨쉬고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아름다운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 어제 안 해 본 무언가를 내가 오늘 해 볼 수 있다는 것...

hnine 2006-10-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를 읽고 또 읽고 있노라면, 좋은 시인이 되려면, 슬픈 추억이나 기억이 많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해봅니다. 아름다움은 슬픔과 통한다고, 누가 그랬더라...학교 다닐때 미학 시간에 배웠는데 또 가물가물...

비자림 2006-10-30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양보다는 시인의 감수성이 문제가 되리라고 저는 봅니다.
어머 근데 미학 시간에 배운 것도 생각이 나시나요? 대단하시어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구판절판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
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
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p.15쪽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p.33쪽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도 달려들지 않는걸요
자기 이빨 부딛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p.61쪽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
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
러므로 외로움이란 한 생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
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p.96-97쪽

우주로 날아가는 방 3

-찰흙놀이



김 경 주





구름은 몸 안에서 눈 녹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방 안에 스며든 바람이 조용히 말라간다

누이들은 짜놓은 연고처럼 바닥에 흘러 잔다

그 옆엔 찰흙으로 빚어놓은 가족들,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다

찰흙의 눈들이 축축하게 굳어간다

불을 끄자 불빛이

자기 세계로 가만히 돌아간다

어둠 속에서 한 찰흙이 숟가락을 놓고 운다

한 찰흙이 다시 손에 숟가락을 쥐여준다

검은 눈물이 고개를 들어

창턱의 촉촉한 쥐똥을 바라본다

누이도 잠 속에 뜬 캄캄한 새떼를 보고 있는 건지

발가락이 구부러지고 있다

자신이라는 시차(時差)를 견디는 일이란다 꿈이란

우리가 한 이불 속에서 말라가는 일처럼

귓속이며 머리칼이며 눈에서 나는 흰 냄새 같은 것

얘들아 슬픔이 말라가면

교실에서도 손을 잡고 다니거라

햇볕에 몸이 쩍쩍 갈라질 때까지

그늘은 빛에 젖지 않는다


-p.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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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를 보면 늘 그 책이..읽고 싶어지는 씩씩하니..
또 마음,,,꽂혔지뭐에요...

비자림 2006-10-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에서 가슴에 꽂히는 시 한 편만 발견해도 즐거운데 다는 아니지만 김경주시가 여러 편 제 가슴에도 꽂혔어요. 참 아름다운 시들 만났어요.^^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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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눈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p.14-15쪽

도시

유리로 된 미끄러운 길을 굴러가는 바퀴들
주황색 다알리아의 무수한 겹꽃잎
버스 정류장 구인 광고에 붙어 있는 하루살이떼
개들은 흰 진흙의 맛을 보고 있다
하늘에는 낡은 동전 같은 낮달 뜬다-p.33쪽

긴 손가락의 詩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
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
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
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기간
의 잎들이 피어난다.-p.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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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그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가슴 한쪽이 시큰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감정에 일일이 어떤 표식을 부착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순간의 그의 감정을 '너무 일찍 도착한 향수(鄕愁)라 명명했을 것이다.-p.51쪽

문득 감상적인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런 값싼 감상에는 언제나 사뭇 달콤한 데가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그 달콤함을 음미했다. 건조한 땅에 갑자기 내던져진 달팽이처럼 자신의 축축한 내부로 더 깊이 파고들고만 싶었다.-p.95쪽

대규모 정리해고와 연쇄도산, 백화점과 다리의 붕괴, 지하철 화재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잊혀진 스파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른 삶에 비해 크게 위태롭다고는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는 운명을 잊고 있었지만 운명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p.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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