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올 가을이면 칠순을 맞이 하신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만 보였는데, 어느 순간 보니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그런 엄마가 경기도 동쪽에서 경기도 서쪽에 살고 있는 나를 보러 2시간 30여분의 전철과 버스 여행을 하시며 가끔씩 들려 주신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자주 찾아 뵙고싶지만, 아이들의 스케쥴에 맞추다보니 그게 쉽지가 않다. 먼길 오시는 것만으로도 힘드시니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해도 엄마는 항상 양손을 무겁게 뭔가 한가득 들고 오신다.

얼마전에도 내가 좋아하는 오이지를 담궜는데, 맛나게 익었다며 맛보여 주고싶다고 들고오셨다.
시댁에서 지난 겨울에 담근 묵은 김치를 가져다 먹는다니, 새로 담근 포기김치도 들고오셨다.
김치를 담근 배추는 아빠가 작은 텃밭에 농사지으신 거라니 더욱 맛이 난다.
그뿐인가? 오시는 길에 텃밭에 농사지으신 가지와 깻잎을 따오셔서 반찬을 만들고, 매운것을 잘 못 먹는 나를 위해 아삭이 고추도 따오셨는데 장에 찍어 먹으니 일품이다. 고추를 먹으면 감기에 안걸린다 하니 아이들도 하나씩 들고 먹는데 고추가 달다.

친정아버지는 예전에 참으로 엄하고 무뚝뚝한 분이셨다.
그런데 내가 가끔 놀러가도 그렇고, 엄마가 오실때도 그렇고, 맛난거 좋은거 있음 엄마 보다도 더 정성으로 챙겨주신다.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괜시리 마음이 짠하다. 웬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자꾸만 늙어 가시는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도 말썽꾸러기 둘째 때문에 힘들어 할때면, H군에게 전화로 우리딸 괴롭히지 말라고 호통(?)을 치시는 모습은 예전의 아빠모습 같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며 나를 아껴주시는 친정 부모님이 계서서 정말 행복하다.

엄마의 손맛과 아빠의 사랑이 가득 담긴 밥상을 차리고 있으려니 부모님 생각이 난다.
친정엄마의 손맛은 이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맛이 분명하다.
이번 주말에는 친정에 가서 인사드리고 와야겠다.



오이지-엄마의 40년 노하우가 담긴 오이지는 계량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항상 똑같은 맛이다. 물기를 꼭 짜서 참기름 넣고 무쳐 먹어도 맛있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물에 담가 물김치 대용으로 먹어도 맛나다.
깻잎나물-아빠가 텃밭에 기르신 들깻잎을 따와서 들기름에 살살 볶았다. 깻잎향이 솔솔나는 정말 맛나는 반찬이다.
배추김치-아빠가 텃밭에 기르신 배추로 엄마가 온갖 양념을 사용하여 담그신 김치다. 나도 몇번 김치를 담궈 봤지만 그게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콩조림-이건 작년에 시어머님께서 밭에서 키우신 콩을 주셔서 만든것이다. 우리집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반찬중의 하나다.
가지나물-아빠가 텃밭에서 기른 가지를 쪄서 참기름에 살살 무쳐 보았다. 시장에서 사온 가지보다 아빠가 기른신 가지는 더욱 달고 맛나는 이유가 뭘까? ^^
버섯볶음-식탁에 오른 메쥬중에 유일하게 아파트 장에서 구입한 것이다. 버섯과 파프리카를 섞어서 볶았는데 우리집 아이들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이쁘다.^^



요즘은 건강을 생각하여 육류보다는 옛 조상들이 즐겨드시던 자연식 밥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고보니 자연식을 소개하는 책자도 많이 있군...
조금더 여유가 있는 가을이 되면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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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8-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맛나게 보입니다.^^
오늘 책 선물 보내 드렸습니다.
배송 갈 날짜가 오늘이네요.

같은하늘 2010-08-12 23:59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에 받았어요.
이런 소중한 선물 너무 고마워서 어쩌지요?
저희 주소까지 챙겨오시고 준비 철저히 하셨나봐요.^^

꿈꾸는섬 2010-08-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엄마의 정성과 사랑까지 생각한다면 그 맛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 너무 맛있어 보여요.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에요. 아, 먹고 싶다.ㅎㅎ
집밥이 보약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같은하늘 2010-08-13 00:00   좋아요 0 | URL
집에서 해 먹는게 제일 좋은거 알면서도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만사 귀찮다지요.^^;;; 휴가 계획은 잘 잡으셨나요? 주말에 비가 온다니 걱정이네요.

마노아 2010-08-1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정성이 보약이에요. 애정이 듬뿍 담긴 자연식 밥상은 감동 그 자체예요.^^

같은하늘 2010-08-13 00:00   좋아요 0 | URL
저기에 따뜻한 밥 한그릇 떠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파요~~^^

pjy 2010-08-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고프다~ 밥만 있으면 뚝딱 한상먹겠네요, 맛난 반찬들이군요^^ 이 깔끔한 모냥새라니~

같은하늘 2010-08-13 00:01   좋아요 0 | URL
밥상 차리다보니 엄마 생각이 나서 찍어 봤어요.^^
저랑 아이들이 나물반찬을 좋아하거든요.

세실 2010-08-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군침 돌아요. 어쩜 이리도 정갈할까요. 그저 엄마의 손맛이 최고지요.

같은하늘 2010-08-13 00:02   좋아요 0 | URL
아~~ 지금 다시 보니 저도 또 배가 고파지는데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8-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맛나겠다..... 큰일입니다.
저도 저런거 좀 배워서, 나중에 코알라 집에서 해줘야 뽀대날텐데 말입니다. ㅠㅠ

같은하늘 2010-08-13 00:02   좋아요 0 | URL
울동네 언니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음식을 못하니 잘하는 시어머니 만나면 된다고...ㅎㅎㅎ

순오기 2010-08-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엄마 손맛~~~~ 이거야말로 영원히 잊지 못할 맛이죠.

같은하늘 2010-08-13 01:51   좋아요 0 | URL
엄마가 담궈 주시는 김치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13 19:03   좋아요 0 | URL
식객에도 나오는 말씀,
이 세상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의 수와 같다...
마음산책 이벤트 세번째 페이퍼가 바로 요 컨셉이어요.ㅋㅋ

같은하늘 2010-08-16 23:52   좋아요 0 | URL
역시 저보다 살림 고수이신 오기언니의 페이퍼 보고 홀라당 반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