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인 우리 큰 아이는 참으로 모범적이고 바른생활 아이처럼 보인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가까운 엄마들과 이야기를 할때 우리 아이가 엄마에게 덤비기도 한다고하면 그 말을 믿어주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요즘 그렇다. 동생과 싸우다가 화가나거나 엄마에게 혼이라도 나면 얼굴에 인상을 쓰고 씩씩거리며 자기방으로 들어간다. 아들만 둘을 키우는 나에게 벌써부터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화가 났을때 마음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게 상책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는데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 감정을 조절하는게 어른들도 쉬운일이 아닌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주인공 동수도 그렇다. 아빠가 능력이 없어 집을 나가 버린것도 화가나고, 그런 아빠 때문에 매일 밤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오는 엄마에게도 화가난다.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동수는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복지관의 친구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마음속에 화가 쌓여있다. 동수의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여줄 친구나 어른이 옆에 있었다면 동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온화하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동수는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축구공으로 복지관 형들과 축구를 하며 어울리다 자살골을 넣는 사고를 치게된다. 그런 동수를 따돌림 시키는 강훈이 형이 미워 동생 강은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복지관을 도망쳐 나오지만 뒷일이 걱정이다. 집으로 온 동수는 마음속의 화를 <싸움괴물 뿔딱>으로 그려낸다. 그림속의 싸움괴물 뿔딱이 동수 앞에 나타나 동수를 화나게 했던 사람들을 헤치우며 동수의 화를 풀어주는 듯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뿔딱은 점점 무서운 괴물로 변해가며 동수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뿔딱은 동수의 마음을 읽어가며 동수가 미워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잡아 먹고 급기야 가끔 미운 마음이 들었던 엄마까지도 먹으려고 한다. 다급해진 동수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가며 뿔딱을 해치울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뿔딱의 화를 식혀주는데 까지만 성공한다. 뿔딱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원했지만 뿔딱은 사라지지 않고 동수의 마음속에 살고있다. 싸움괴물뿔딱은 동수가 화를 내면 다시 깨어나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지 못하도록 멋진 주문을 하나 알려주었다. 동수는 지금도 가끔 주문을 외운다. "도로도로도로 몰트랄몰트라주르흐." 화가 날때마다 주문을 외우면 동수의 싸움괴물뿔딱은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마음속에서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싸움괴물뿔딱을 통해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얘기하고 싶었던것 같다. 화는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는 않으니, 숨기거나 부정하기 보다는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는게 좋을것 같다. 우리 아이같이 아직 어린 아이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화가난 이유를 함께 얘기해 보는게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인 내가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